최근 동물원을 탈출해 소동을 벌이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 얼룩말 ‘세로’와는 달리, 비극적 결말을 맞은 대만 ‘올리브 개코원숭이’의 사연이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대만의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원숭이가 2주 이상 도심을 활보한 끝에 포획됐으나, 끝내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이 원숭이는 지난 10일 타오위안 시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다. 시 농업국은 이후 원숭이를 포획하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27일이 되어서야 마취총을 이용해 포획에 성공했다. 원숭이가 도심을 떠돌아 다닌지 최소 17일 이상이 된 시점이었다.
그러나 포획 직후 원숭이가 죽은 사실이 알려졌다. 포획 작업을 진행한 시 관계자들은 “원숭이가 발견됐을 때부터 몸에 여러 개의 총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명에 시민들은 당국이 원숭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BBC는 전했다.
원숭이는 포획 당일 농업국 직원들이 설치한 그물망에 걸려들었을 때 이미 심각하게 다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당국의 대응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왜 포획할 때부터 있었다는 부상에 대해 당국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원숭이 수색 작업에 투입됐던 한 사냥꾼은 현지매체에 “당국의 지시에 따라 엽총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자 경찰은 원숭이가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려 조사에 나섰다.
사이먼 창 타오위안시 시장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을 내고 “우리 동료들 중 일부가 신중하고 전문가답게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들은 농업 당국에 동물복지에 대한 존중을 기대한다. 직원들은 이를 지켜내지 못했다”고 했다.
BBC는 “이 사건으로 대만의 동물원 관련 규제 부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대만에서 동물원은 ‘사회 교육 기관’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동물 전문가가 아닌 교육부가 동물원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