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벽 사이로 이동한 와그너 용병들이 삽 등으로 바닥에 놓인 무언가를 내려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측은 이들이 부상당한 지휘관을 집단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Wagner) 소속 용병들이 다친 지휘관을 집단 폭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7일(현지시각)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문제의 영상은 전날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세네카 특수부대가 드론을 띄워 촬영한 것으로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 한 주택가 모습을 담았다.

여기에는 와그너 소속 용병 4명이 등장한다. 이어 크게 부상당한 듯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운 남성 한 명도 보인다. 용병들은 남성의 팔다리를 한 쪽씩 붙잡더니 어지러운 건물 잔해들 사이로 끌고 간다. 이들은 어느새 창고 건물 뒤로 이동했고 삽으로 보이는 도구를 하나씩 잡는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와그너 소속 용병들이 군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이동시키는 모습. 지휘관은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팔다리를 용병들에게 들린 채 옮겨지고 있다. /트위터

그리고는 몸에 잔뜩 힘을 실어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내리친다. 건물 앞쪽 외벽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용병들이 옮긴 남성이 러시아군 지휘관이며 건물 뒤로 숨어 집단으로 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가디언은 이 영상이 러시아 용병 부대의 군기 붕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러 증언에 따르면, 용병에 대한 처참한 대우 탓에 부대 내 사기 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진격에 실패할 경우 처형당할 수 있다는 위협을 받거나, 집단 살육 후 시신이 버려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인물(빨간 원)이 와그너 소속 용병들에게 팔다리가 들려 이동되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용병들이 해당 지휘관을 폭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면이다. /트위터

와그너 소속 지휘관이었던 안드레이 메드베데프(26)는 지난달 복무 연장을 거부하고 노르웨이로 피신한 뒤 망명을 신청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탈영을 시도한 죄수 용병 3명이 10명의 신병 앞에서 총살됐다”며 “반역하거나 전투를 거부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폭로했다.

또 한 전과자 출신 부대원이 탈영 과정에서 부대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큰 망치에 머리가 박살나 숨졌다. 만약 그들이 나를 붙잡았다면 난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며 “와그너에는 탈영병들을 끝까지 추적해 붙잡아온 뒤 처단하는 특수부대가 따로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와그너가 용병들의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전장에서 와그너 용병들의 수상한 모습을 목격했다는 우크라이나군 안드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아무리 쏴도 죽지 않았다. 한참 지나 피가 전부 쏟아져야 쓰러지더라”며 “와그너 용병들은 동료의 시신을 밟으며 좀비처럼 전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