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각) 대영박물관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한국의 음력설' 기념 설맞이 행사 안내 글./온라인 커뮤니티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이 음력 새해를 맞아 ‘한국의 음력설’을 기념하는 행사 홍보 트윗을 올렸다가 중국인들의 불만을 샀다. 이들은 ‘한국의 음력설’을 ‘중국설’로 표기해야 한다며 항의 트윗을 줄지어 남겼고, 결국 대영박물관은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대영박물관은 20일(현지시각) 오후 6시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진행한다며 지난 12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알렸다.

박물관 측은 트위터에 “한국의 설을 축하하는 신라 합주단의 멋진 공연에 초대한다”고 했다. 이 공연에 대해선 “현대음악과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한 이 공연은 한국 문화에서 중요한 다섯 가지 색깔에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흰 저고리와 분홍색 한복 치마를 입은 한 여성이 대영박물관 내에서 공연을 펼치는 사진을 첨부했다.

이후 해당 트윗에는 중국 네티즌들의 항의 답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한국은 음력 설을 기념하는 유일한 나라가 아니다. 적어도 ‘음력설(Lunar New Year)’이라고 써야 한다”며 “아니면 역사에 기반해 ‘중국설(Chinese New Year)’이라고 써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언제부터 (음력설이) 한국 것이 됐냐”며 “대영박물관이면 역사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밖에 네티즌들은 “중국에서 온 전통인데 도둑질 하지 마라” “이건 ‘중국 설’이라고 부릅니다” “중국인들도 한국인들이 우리의 음력설을 기념하는 걸 환영하는데 어떻게 ‘한국설’이라고 쓸 수 있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영박물관 '설맞이' 관련 링크를 들어가면 '접근 불가' 안내 페이지가 나온다./대영박물관 홈페이지

중국 네티즌들의 잇단 항의 글이 쏟아진 이후 대영박물관은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또 공식 홈페이지에도 ‘설맞이’ 관련 행사 안내 글이 내려갔다. 현재 해당 행사 관련 링크를 들어가면 ‘해당 페이지에 접근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뜬다.

국제기구 유엔(UN)이 계묘년(癸卯年) 설 기념 우표에 '중국 음력(Chinese Lunar Calendar)'이라고 써 발행했다. /페이스북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음력으로 새해를 기념한다. 정확한 표현은 ‘음력설’, 영어로는 ‘Lunar new year’이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설’이라는 표현을 계속해서 사용 중이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때도 ‘중국설’이라는 문구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영향으로 국제기구 유엔(UN)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발행한 ‘계묘년(癸卯年)’ 설 기념 우표에 ‘중국 음력(Chinese Lunar Calendar)’이라는 표현을 썼고, 나이키와 애플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온라인계정에 ‘음력설’ 대신 ‘중국 설’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에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가 중국만의 문화로 비춰질 수 있는 ‘중국설’ 표현을 ‘음력설’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