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러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 쪽으로 어깨동무한 채 걸어가고 있다./로이터 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3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세계 어디에서든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현상(status quo)을 바꾸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일본의 반격능력(유사시 적 기지 선제공격 능력) 개발과 효율적 활용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2+2 회담(미·일 안보협의위원회)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의 군사력 통합을 명문화한 데 이어, 중국의 대만 침공 같은 현상 변경 시도가 있을 경우 군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정상 차원에서 천명한 것이다.

이날 회담은 이틀 전 외교·국방장관이 양국의 ‘군사 일체화’를 세세하게 발표한 뒤 열린 정상회담인 만큼, 양국의 밀착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한 ‘기념식’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운 날씨에도 백악관 건물 앞까지 나와 4분 동안 기시다 총리를 기다렸고, 성조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단 차량에서 기시다 총리가 내리자 “후미오”라고 이름을 부르고 어깨동무를 한 채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었다. 일본 언론들은 “각국 정상 영접은 보통 국무부 의전장이 하는데, 이번처럼 대통령이 마중 나온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이뤄진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일본과 이처럼 가까웠던 적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시다 총리를 향해 “당신은 진정한 지도자이고 진정한 친구”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을 “소중한 친구 조”라고 부르면서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와 방위력 강화가) 동맹의 억지력과 대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발표된 미·일 정상 공동성명은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사이버·우주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불가결한 요소”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어떠한 핵무기라도 사용한다면 반인도 범죄 행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핵과 관련해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부합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미·일이 군사 일체화를 통해 저지하려는 ‘현상 변경 시도’의 주요 주체가 중국, 북한, 러시아란 점을 적시한 것이다.

이어 양 정상은 “반도체, 우주, 청정 에너지와 에너지 안보를 포함한 필수 신흥 기술의 보호와 촉진을 비롯해 경제 안보에서 양국이 공유한 우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공동성명에는 “안보를 비롯해 모든 영역에서 일본, 한국, 미국 간 필수적인 삼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는 표현도 포함됐다.

기시다 총리가 2021년 10월 취임한 후 1년 3개월 만에 이뤄진 첫 워싱턴 방문인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면 시간은 길지 않았다. 양측은 이날 오전 11시 29분부터 낮 12시 14분까지 45분간 소인수 회담을 한 뒤, 낮 12시 31분부터 오후 1시 25분까지 54분간 실무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을 했다. 미·일의 입장이 완벽히 일치하는 만큼 길게 논의해야 할 쟁점이나 이견이 없어 회담 시간이 짧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통상 양자 정상회담 후 열리게 마련인 양국 정상 공동 기자회견 역시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만찬을 함께하지 않고 회담 후 바로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사저로 주말을 보내러 갔다.

이 때문에 일본 아사히 신문은 “후한 대접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고 미국 대통령과 만찬을 하지도 못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6년 이후 워싱턴에서 열린 13번의 미일 정상회담 중에 공동 기자회견이 없었던 것은 3번뿐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에 사용했던 워싱턴DC의 개인 사무실과 델라웨어 자택에서 부통령 재임 시절 작성된 정부 기밀문서 여러 건이 발견돼 기밀 불법 반출 혐의로 특검을 받게 되면서 뒷수습에 바쁜 백악관이 공동 기자회견과 만찬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