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인 커플이 6일(현지 시각) 키이우의 소피아 성당 밖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키스를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교회 크리스마스를 맞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러시아군에 36시간 동안 휴전을 명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푸틴 대통령이 휴전을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6일 정오부터 7일까지 일시적인 휴전을 명령했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신도들이 크리스마스 휴일을 기념할 수 있도록 휴전해 달라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정교회는 개신교와 가톨릭의 성탄절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한다. 푸틴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키릴 총대주교의 호소를 고려해 국방장관에게 휴전 체제 도입을 지시했다”며 “많은 정교회 신도가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 우크라이나 측이 휴전을 선포하고 주민들이 성탄절 예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휴전 선언은 기만전술일 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러시아가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을 무차별 폭격해 사상자 60여 명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심야 연설에서 “러시아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우리 군의 진격을 막고 진지 근처로 장비와 탄약, 병력을 추가로 들여오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전쟁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떠나거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쫓아낼 때 끝날 것”이라고 푸틴의 제안을 일축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도 “위선적 행위를 그만두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떠나야 ‘일시적인 휴전’도 가능한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미국은 푸틴의 휴전 제안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에도 우크라이나의 병원과 유치원, 교회를 폭격하려 했다”며 “그는 단지 숨을 돌리려 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는 휴식과 전열 재정비, 궁극적으로는 재공격을 위해 휴전을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미국과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경량급 탱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통화 후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은 브래들리 장갑차를, 독일은 마더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공격용 무기 공급을 꺼려왔던 독일이 탱크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외신들은 독일이 동맹국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라는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