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러시아의 한 신부가 동원령으로 징집된 러시아 군인들에게 성수를 뿌리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부인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한 러시아의 애국주의 단체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대대적 동원령을 발령하고 국경을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들의 미망인’이라는 이름의 단체는 최근 텔레그램 채널에 푸틴 대통령 앞으로 보내는 호소문을 올렸다.

단체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대규모 동원을 허가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또 “징집 연령의 남성들이 러시아를 떠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이 같은 요구를 할 충분한 도덕적 권리가 있다”며 “우리 남편들은 이 남성들(징집 연령의 남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죽었지만 그들이 도망가면 누가 우리를 보호할 것인가”라고 했다.

지난해 9월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예비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분 동원령에 이어, 대대적인 전면 동원령을 내릴 것을 요구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추가로 병력을 투입하기 위해 30만명의 예비군을 징집했다. 징집 대상자는 병사·부사관으로 전역한 35세 이하 예비군, 초급 장교로 전역한 50세 이하 예비군, 고급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55세 이하 예비군 등으로 한정됐다. 당시 동원령이 진행되는 동안 수십만 명의 남성들이 징집을 피해 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는 또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군에 내린 ‘후퇴 금지 명령’과 유사한 지시를 내릴 것도 요구했다. 러시아 국경 주변에 몰려드는 연합 세력을 방어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단체는 “세계의 모든 사악한 세력들이 러시아와 맞서기 위해 연합했다”며 “모든 서방 세계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고, 우리가 사느냐 그들이 사느냐는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탈린은 지지율이나 반체제 인사들의 불만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했다”며 “지금은 비겁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스탈린은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자국군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말라”는 명령 227호를 내렸다. 이후 후퇴하는 소련 군인은 자국군에 의해 총살 당했다.

크렘린궁은 이들 단체의 요청에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추가 동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군인들의 미망인’ 단체는 지난해 12월 초 텔레그램 채널을 개통하고, 전황 뉴스 공유·전사자 부인들에 대한 지원 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3300여 명이 등록된 이 단체는 대통령 행정실과 밀접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체를 결성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