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전 대통령. /연합뉴스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최근 축출된 페루의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일제히 비호하고 나섰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들의 카스티요 비호는 깨질 위험에 처한 ‘핑크 타이드’ 벨트를 사수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2일 멕시코와 볼리비아,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정부는 공동성명을 내고 카스티요는 “비민주적인 공격의 피해자”라며 그의 인권과 사법적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3일 한 술 더 떠 “페루의 정치적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멕시코와 페루의 외교 관계를 ‘정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스티요 대통령은 선거에서 이겼고, 그를 선출한 사람들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며 “이번 축출의 근간이 된 페루 헌법에는 비민주적인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반정부 시위로 축출됐다가 귀국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도 “이번 사건은 페루 올리가르히와 미 제국주의자들이 노조 지도자나 원주민은 정부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아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이 이런 운명을 맞이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다소 완곡한 어조의 입장을 내놨다.

앞서 페루 검찰은 카스티요의 부인과 처제 등 측근들이 국가 사업 입찰과 돈세탁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진행했다. 카스티요는 이를 “우파와 검찰의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7일 의회 해산, 사법부·경찰 물갈이, 야간 통행금지령 등을 선언했다. 하지만 당일 의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그를 대통령에서 축출했다. 불체포특권이 사라진 카스티요는 내란죄로 구속됐다.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승리하며 권좌에 오른 카스티요는 중남미 좌파 벨트인 ‘핑크 타이드(pink tide)’ 부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카스티요 당선 이후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차례로 권력을 잡았다. 지난 10월 말에는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일주일은 라틴아메리카 좌파 지도자들에게 힘든 시기였다”면서 “카스티요 퇴출은 페루는 물론 나머지 국가에서도 좌파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페루 전역에서는 이번 탄핵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발생해, 지금까지 7명이 사망했다. 신임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총선을 2024년 4월로 앞당기겠다며 여론을 달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