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이주 등록을 하지 않고 미국에 불법 체류 중인 아이티인들의 추방을 면제하는 제도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무장 갱단이 활개치며 무법천지가 된 아이티의 비상 상황을 감안해서 내린 인도적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5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는 내년 2월 종료할 예정이던 아이티 출신 불법 이주자에 대한 임시보호지위(TPS)를 18개월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TPS는 자연재해나 무력 분쟁 등 비상사태로 모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외국인에 대해 미국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미국은 지난 2010년 대지진으로 아이티를 탈출한 주민을 대상으로 TPS를 적용하고 있다. 이번 결정의 혜택을 보는 아이티인은 26만4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는 지난해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이후 지금까지도 무장 갱단들의 세력 싸움이 이어지며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현지 인권 단체들은 국토의 60% 이상을 범죄 조직이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장 갱단들은 도로를 차단하고 사회 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등 테러를 자행하고,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납치·강간·살인 등 강력 범죄를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갱단에 살해된 사람이 올 상반기에만 1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제이주기구(IOM)는 갱단의 폭력과 자연재해 등으로 고향을 떠난 아이티 주민이 11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