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에 걸친 중국의 ‘제로(0)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중국 본토를 넘어 세계 각지로 번지고 있다. 해외 대학에서 유학 중인 학생들도 반(反)시진핑(習近平), 반(反)중국공산당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오후 중국 내에서 벌어지는 ‘방역에 대한 항의 시위’를 지지하는 시위를 매사추세츠주 하버드 교내에서 열었다. 시위는 하버드 스퀘어에서 열렸으며, 중국인 유학생 70~8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시진핑과 중국공산당에 반대한다는 구호가 적힌 피켓과 백지를 들고 나왔고, 촛불을 켜서 무대를 만든 뒤 한 학생이 선창을 하면 따라서 구호를 외쳤다. 이들 중국인 유학생들은 차례로 돌아가면서 각자 자신의 주장을 밝혔으며, “중국공산당과 시진핑이 곧 중국은 아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날 시위 모습은 보스턴에 거주하는 한국인 교민이 촬영해서 조선일보에 제공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에 히틀러 콧수염을 합성한 풍자 피켓을 들고 “시진핑과 중국공산당(CCP)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왜 중국인들은 이 자리에 모였나”라고 쓴 팸플릿을 나눠줬다.
시진핑을 풍자하는 캐릭터 곰돌이 푸우의 몸에 황제를 뜻하는 용무늬를 그려 넣은 전단도 등장했다. 푸우 그림 뒤로는 독재자, 살인자, 압제자 등의 단어가 적혀있었고, 푸우 얼굴에는 ‘시틀러를 오늘부로 끝내자’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시틀러’는 시진핑 주석을 히틀러에 빗대 비난하는 말이다.
이날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AP통신은 “중국 당국이 이들의 신원을 파악했을 경우 고향에 남은 가족들이 보복을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버드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 유학생은 “친척들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과 시카고의 중국 영사관 앞에서도 연대 집회가 잇따랐다. 이들은 “우리는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아닌 음식을 원한다” “독재자가 아닌 투표를 원한다”고 외쳤다. 이들 역시 마스크와 피켓, 백지 등을 들고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한 집회 참가자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려고 이곳에 왔다”면서도 부모가 중국공산당 당원이기 때문에 신원이 확인되면 그들이 체포될 수도 있어 신원은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