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의 콜레라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갱단 소탕 작전을 벌여 주민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지자 주춤하던 콜레라가 더 넓게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염된 식수나 음식 등을 통해 전파되는 콜레라는 급성 설사와 탈수를 일으키며, 심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주 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는 15일(현지 시각) “아이티에서 콜레라로 최소 175명이 사망하고, 7600명 이상이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PAHO에 따르면 아이티 내 콜레라 확진자는 전날 기준 806명으로 집계됐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는 8625명으로, 한 주 전에 비해 33% 급증했다. 방역 당국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한 지역까지 고려하면 확진자 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자 절반 이상은 19세 이하로 나타났다.
아이티에선 최근까지 갱단이 곳곳에서 활개치며 사회 기반 시설을 파괴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지난주 아이티군과 경찰은 갱단과 총격전을 벌인 끝에 갱단이 두 달여 장악한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유류 터미널 통제권을 확보했다. 진티 필스 보건부 대변인은 “(소요 사태에 따른 혼란과 유류 부족으로) 사람들이 대부분 집에 머물러 콜레라 확산세가 억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관계자는 “앞으로 주민과 확진자들이 더 많이 돌아다니면 콜레라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아이티 정부가 1억4560만달러(약 193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갱단의 폭력 사태와 자연재해 등으로 고향을 떠난 아이티 주민이 11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