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비밀 합의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할 포탄을 판매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한국이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포탄을 제공하는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이래 처음이다.
WSJ는 미국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mm 포탄 10만발을 구매하여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포병 부대가 최소 수주 간 격렬한 전투를 치르기에 충분한 분량이다.
이러한 합의를 통해 한국 정부는 핵심 동맹국인 미국을 도우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군사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WSJ는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155mm 포탄 재고가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미국으로서도 한국의 간접 제공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치열한 포격전을 벌이면서 미국의 155㎜ 포탄 재고가 우려할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만나 이 같은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최근 백악관이 북한이 중동과 아프리카를 통해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고 있다고 발표하고 나서, 이러한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유럽 내의 전쟁에 아시아 국가인 남북한이 간접 지원을 하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주한 미군도 이달 초 한국에 있던 미군 포탄 재고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의 한 대변인은 WSJ에 “주한미군은 일부 장비를 지원하도록 요청을 받았다”면서 “이는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철통 같은 약속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도 한국의 이번 포탄 제공이 한국의 군사 준비태세를 약화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북한의 도발 수위 고조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남한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폴란드가 지난달 한국과 58억 달러 상당의 탱크, 곡사포, 로켓 발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의 무기 지원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환을 보낼 경우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방탄조끼·헬멧·의약품 등을 제공해왔지만, 살상용 무기는 제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