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합 대표 된 바르델라 - 국민연합 대표로 선출된 조르당 바르델라가 5일(현지 시각) 당원들을 향해 손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6월 총선에서 5년 전(8석)보다 10배 이상 많은 89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새 대표를 선출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크게 위협했던 마린 르펜 전 대표의 뒤를 잇는 인물은 27세의 조르당 바르델라 유럽의회 의원이었다. 바르델라는 5일(현지 시각) 당원 투표에서 85%에 달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새 대표에 선출됐다.

AP통신은 이날 “1972년 장 마리 르펜이 창당한 RN에서 처음으로 르펜 가문이 아닌 당대표가 나왔다”고 전했다. 장 마리는 2011년까지 40년간 RN을 이끌었고, 이후엔 그의 막내 딸인 마린이 대표를 맡았다. 마린은 작년 9월 대선 준비를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후계자로 점찍은 바르델라에게 임시 대표를 맡겼다.

바르델라는 이날 새 대표로 선출된 자리에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파리 북동쪽 외곽의 센생드니 지역은 우범지대였다”며 “매일 창문을 통해 마약상들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센생드니 지역은 2005년 아프리카계 무슬림 이민자 2·3세 청년들이 일으킨 집단 소요 사태로 수많은 관공서와 수백 대의 차량 등이 불탄 곳이다. 이탈리아계 미혼모 가정에서 자라 당시 열 살이었던 바르델라는 자신의 고향을 무법 지대로 만든 폭동에 분개했다고 한다. 열 여섯 살에 RN에 입당한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에 일찍 정치에 뛰어 들었다”고 말했다.

5일(현지 시각)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당원 투표에서 새 대표를 선출된 조르당 바르델라 유럽의회 의원이 선출 직후 당원들에게 인사하고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했지만, 정치에 집중하겠다며 중퇴한 바르델라는 2017년 대선 때 당 대변인으로 마린 르펜을 보좌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특히 뛰어난 토론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24는 “항상 깨끗한 셔츠를 입고 윤이 나는 구두를 신으며 짧고 단정한 헤어스타일의 바르델라는 젊은 층을 상대로 외연 확장을 꾀하는 RN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RN은 지난 총선에서 단일 정당으로는 둘째로 많은 89석을 차지해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우파 연합 ‘앙상블’(245석)에 이어 실질적 원내 2당으로 발돋움했다. 좌파연합 ‘뉘프’가 135석을 차지했지만, 이 연합은 좌파 진영 4개 정당이 모인 것이다. 르펜이 아버지인 장 마리가 내세운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 등과는 거리를 두면서 극우 이미지를 상당히 희석한 것이 RN의 약진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20대인 바르델라가 새로운 당 대표가 되면서 RN의 청년층 공략엔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BBC는 “바르델라가 새 대표가 됐지만, 마린 르펜이 여전히 권력의 원천이며, 그가 2027년 대선에도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린 르펜은 “나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RN을 떠난 것이 아니다”라며 “나라가 필요로 하는 곳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