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미 법무부가 공개한 중국 스파이 허가오춘(왼쪽)과 왕정. 이들은 미 공무원을 매수해 화웨이 수사와 재판 관련 정보를 빼내려한 혐의를 받는다. /미 법무부

미국 법무부가 24일(현지 시각) 스파이 혐의 등으로 중국인 6명을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 중 2명은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 관련 미국 검찰의 기소를 방해하고 수사 정보를 빼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 지은 가운데, 미 검찰이 중국 정부를 도운 인사들을 무더기로 적발해 기소한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CNN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뉴욕 동부지검이 미 법 행정당국 직원에게 뇌물을 주고 내부 정보를 빼돌리려 한 혐의로 중국인 허가오춘과 왕정을 지난 20일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는 회사명 명시 없이 ‘중국에 본사를 둔 익명의 통신회사’라고 적혔으나 CNN은 관계자를 인용해 이 회사가 화웨이라고 보도했다.

24일(현지 시각) 메릭 갈런드 연방 법무장관이 중국 스파이 관련 기소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공소장에 따르면 허씨와 왕씨는 뉴욕 동부지검이 화웨이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던 2017년 스파이 활동에 도움을 받고자 미 법집행기관 소속 공무원 한 명과 관계를 구축했다. 이들은 이 관리가 ‘중국측 자산’이라고 여겼으나 사실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관리하는 ‘이중 스파이’였다고 검찰은 밝혔다.

수사가 진행되자 허씨와 왕씨는 현금과 보석 등을 주고 증인, 추가 기소 가능성, 법원에 제출할 증거 등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이 같은 활동은 5년간 계속돼 이들은 지난 주까지도 이 관리에게 비트코인 수 천 달러를 보냈다.

허씨와 왕씨는 검찰이 화웨이를 기소하는 것을 막으려 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수사가 본격화하자 해당 공무원에게 재판 전략회의가 진행 될 때 검사들의 얘기를 녹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공무원은 화웨이 임원 2명의 체포 계획과 검찰의 재판 전략을 적은 가짜 문건에 기밀 도장을 찍어 보내줬고, 이 문서에 대한 대가로 4만1000달러(약 5900만원)를 받았다.

앞서 미 정부는 2018년 화웨이가 HSBC 등 은행들에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과 거래를 숨겼다며 처음 기소 했다. 2020년에는 미국 기업들의 영업 비밀을 빼돌리고 지식 재산권을 도용하려 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과 사업 사실을 속인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화웨이 서비스센터 모습/조선DB

미 법무부는 이날 화웨이 관련 스파이 사건 외에도 미국 거주자들을 상대로 중국을 위해 첩보활동을 할 스파이를 모집한 혐의로 중국인 4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 3명은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가짜 싱크탱크를 만들어 미국인 대학 교수, 전 법무부 공무원, 전 국가 안보 업무 관련 공무원 등을 포섭하려 했다. 이들에게 모든 비용을 대주는 중국 여행 등 화려한 선물로 뇌물을 줬고, 그 대가로 기술 정보를 빼내 중국에 보내려 한 혐의다. 또 이들을 통해 미국에서 벌어지는 중국 관련 시위도 억제하려 했다.

메릭 갈런드 연방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중국 정부는 미국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간섭할 방법을 찾고 있고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사법 체계를 훼손하려 하고 있다”며 “법무부는 민주주의 기반인 법치를 방해하는 어떤 외세의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