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범유럽 차원의 공동 행보를 모색하기 위한 ‘유럽정치공동체’(EPC·European Political Community)가 6일(현지 시각) 정식 출범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처음 제안한 EPC는 유럽연합(EU) 틀에 갇히지 말고, 범유럽 국가들까지 통합해 정치적 논의의 장을 폭넓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과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체코 프라하성에서 열린 EPC 첫 회의에는 EU 회원 27국과 비 EU 17국 등 총 44국 정상과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비EU 회원국에선 영국·스위스·우크라이나·튀르키예·조지아·몰도바 등이 합류했다.
개막 총회를 시작으로 정상들은 안보와 에너지, 기후 위기, 경제 위기, 이민 문제 등 유럽이 직면한 핵심 현안을 논의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한 반(反)러시아 연대 강화가 집중 논의됐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번 회의는 러시아 없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며 “러시아를 영원히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쟁을 일으킨)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에는 (EPC의) 자리가 없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반(反)유럽적인 국가”라며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을 위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지지를 호소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사사건건 부딪혀왔던 영국과 프랑스는 화해 분위기로 돌아섰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갖고 양국의 역사적인 유대 관계를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내년 프랑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새로운 양자 의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회담에 앞서 트러스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며, “우리의 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고 반러 연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