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버스를 타고 있는 시민들. /로이터

중국 베이징시가 장거리 버스 운전기사들에게 실시간으로 건강 상태를 관찰할 수 있도록 ‘전자 팔찌’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전했다.

SCMP에 따르면 국영 베이징 공공운수는 지난 21일 고속도로 노선을 이용하는 장거리 버스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전자 손목 밴드 1800개를 나눠줬다. 손목 밴드는 운전기사의 체온, 심박수, 호흡, 심장 박동, 혈중산소포화도, 혈압 및 수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이번 조치는 지난 18일 구이저우에서 버스 추돌사고로 코로나 격리시설로 이송되던 27명의 주민이 숨진 뒤에 나왔다. SCMP는 “다음달 열릴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전역 관리들은 사회적 위험을 최소화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공공운수는 공공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사생활 침해, 부당한 스트레스 유발 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베이징의 사이버 보안 전문 변호사인 왕충웨이는 SCMP에 “최근 몇 년간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공공 안전을 위한 조치로 전자 손목밴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버스 운전 기사로부터 그렇게 많은 개인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는 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실시간으로 자료를 수집한다 하더라도 손목 밴드로 이상이 감지됐을 때 적시에 개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홍콩대 캘빈 호 교수는 손목밴드에서 측정하는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손목 밴드가 측정하는 감정과 건강 상태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면서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부당한 고통과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CMP는 최근 몇 달 동안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해 전자 손목 밴드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에는 베이징시의 한 주거 단지에서 다른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와 자택 격리를 하는 주민이 체온 측정을 위해 전자 팔찌를 착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주민은 사생활 침해 우려로 손목 밴드 착용을 거부했다면서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부당함을 알렸고, 결국 해당 지시는 철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