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따라 러시아 전역에서 청년 예비군들의 입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22일(현지 시각) “21일 동원령 발령 이후 하루 만에 최소 1만명 이상이 입대했다”고 밝혔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도 전국 곳곳의 입영 센터에서 장정들의 입영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부모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청년들, 남편과 아버지의 무사 생환을 빌며 기도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AP통신은 “어떤 남성은 가족들을 부둥켜 안고 한참 동안 놓지 못하다가 결국 버스로 끌려갔다”며 “배웅하러 나온 사람 대다수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입대자 중 상당수가 자원해 입영 센터를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매체 오스토로즈노노보스티는 “많은 청년이 오전에 동원 소집 통지를 받고, 오후에 바로 버스에 태워져 훈련소로 보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독립언론 미디어조나는 “모스크바에서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이 중 3명이 경찰서에 구금 중 동원 통지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최소한의 예고나 준비 기간도 없이 마구잡이로 입영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내부 민심이 악화하는 가운데 입대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해외 탈출 행렬도 계속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아르메니아로 빠져나온 한 남성은 AFP에 “이런 무의미한 전쟁에서 죽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러시아어로 한 동영상 연설에서 “지난 6개월간 러시아군 5만5000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했다”며 “동원 소집에 저항하거나 도망치라”고 촉구했다.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 유럽’이 “30만이 아닌 최대 100만명의 예비군이 동원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러시아 국민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매체는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동원령 관련 법령 일곱 번째 문장에 ‘최대 100만명까지 소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되어 있다”고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에 대해 “대부분이 과장 보도와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해외로 탈출하려는 청년들은 극소수이고, 예비군 동원 규모도 30만명에 그친다는 것이다.
독일과 유럽연합(EU)은 이날 “동원령에 반대해 도망친 입대 거부자와 탈영병 등의 망명 신청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낸시 패저 독일 내무장관은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차이퉁에 “입대 거부로 위험에 처한 이는 독일에서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위원회도 “러시아 입대 거부자의 망명을 위한 (EU 회원국) 공통 절차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