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들이 21일(현지시각)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심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발동한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낼 예비군 징집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곳곳에서는 동원령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러시아 청년들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BBC는 “크렘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30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하기로 한 결정은 많은 러시아 남성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면서 러시아 남성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들은 직장 채팅방에서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불안감을 호소했고, 어떻게 하면 징집을 피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칼리닌그라드의 한 남성은 BBC와 인터뷰에서 “징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이 모든 상황을 피할 수만 있다면 차라리 팔, 다리를 부러뜨리고 감옥에 가겠다”고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28세 드미트리는 “1980년대 공상과학 영화 같았다”며 “솔직히 말해서 좀 무섭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직원들은 계속해서 TV, 컴퓨터, 휴대전화로 연설을 확인했고 때문에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드미트리는 점심 식사 후 사무실을 비우고 근처 은행에 들러 루블화를 달러로 환전했다. 그는 전쟁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경찰 방문을 받은 뒤 집을 옮겼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해외로 가는 다음 비행기를 타거나 러시아에 조금 더 머물면서 반전집회에 참석해 경찰에게 쫓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러시아 유명 대학 강사 세르게이(가명‧26)는 이미 징집 대상자가 됐다. 그는 동원령이 내려지기 전날 밤 민간인 복장을 한 두 명의 남자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들은 세르게이에게 ‘목요일 선발 센터에 참석하라’는 내용이 적힌 서류를 건네주고 서명을 요청했다.

모스크바의 뱌체슬라프는 징집을 피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의료계 연줄을 찾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뱌체슬라프는 “정신 건강이나 약물 중독으로 인한 치료는 싸고 좋은 방법처럼 보인다”며 “만약 마약에 취한 채 운전하다가 체포된다면 면허증을 뺏기고 치료를 받게될 것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정도면 징집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처남은 군관리들이 찾아왔을 때 집에 없어 간신히 징병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이제 방에 틀어박혀 나오기를 거부한다”며 “처남에겐 세 살, 한 살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