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수도 이름이 3년 만에 ‘누르술탄’에서 ‘아스타나’로 다시 바뀐다. AP통신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의 수도명을 아스타나로 되돌리는 결정에 동의했다고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토카예프 대통령이 수도 이름을 다시 바꾸자는 일부 국회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아스타나는 ‘수도’라는 의미의 카자흐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2019년 3월 집권 직후 수도 아스타나의 이름을 누르술탄으로 변경했다. 자신의 전임자이자 1997년 수도를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옮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30여 년간 카자흐스탄을 철권통치한 독재자 나자르바예프는 토카예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고 나서도 국방과 외교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국가안보회의(NSC) 의장 직위를 유지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자신을 국부(國父)에 해당하는 ‘엘바시(민족의 지도자)’라고 헌법에 규정하기도 했다. 나자르바예프의 친·인척들은 정·재계 요직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 1월 극심한 빈부 격차와 일자리 부족에 분노한 국민들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서면서부터다. 시위대는 나자르바예프를 겨냥해 “늙은이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구세력 청산을 요구했다. 러시아군 공수부대까지 불러들여 시위를 진압한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엘바시’에 의존해 부당한 이익을 누리는 계층이 있다. 이제는 국민에게 그 합당한 몫을 돌려줘야 할 때”라며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대규모 개혁을 통해 새로운 카자흐스탄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전·현직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추진해 지난 6월 국민투표를 거쳐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나자르바예프는 면책 특권 등 헌법상 권한을 대부분 박탈당했다. 유라시아넷은 수도 이름을 되돌린 것에 대해 “이미 힘을 잃은 나자르바예프에게 가해진 또 다른 타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