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부통령이 대중 앞에서 괴한에게 권총으로 암살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범인은 페르난데스 부통령 이마에 순식간에 총을 들이대고 방아쇠까지 당겼지만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다. 이 장면은 현장에 있던 방송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현지 매체가 보도한 영상을 보면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범인이 갑자기 다가와 권총 방아쇠를 당기자 깜짝 놀라 몸을 급히 숙였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경호원들이 범인을 제압했다. 당시 자택 앞은 수백명의 지지자들로 붐비는 바람에 경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행히 권총은 격발이 되지 않았다. 경호원들에게 붙잡힌 남성은 현장에서 즉시 경찰에 인계됐다.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가 사용한 권총에는 실탄 5발이 장전돼 있었다. 이 남성은 아르헨티나에 사는 브라질 출신 35세 남성으로 작년에도 차량 불심검문에서 칼이 발견돼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7∼2015년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낸 페르난데스 부통령은 재임 중 공금 횡령 등 부패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2일 징역 12년형이 구형됐다. 검찰 구형 이후 그의 자택 앞에 지지자 수백여 명이 몰려 경찰과 충돌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1983년 아르헨티나 군부 통치가 종식되고 민주주의를 회복한 이래 가장 심각한 사건”이라면서 “증오는 폭력을 낳고 폭력은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다”고 범죄 행위를 규탄했다.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등 중남미 지도자들도 페르난데스 부통령에게 위로와 연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