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바티칸 사도궁의 집무실 창가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주례하고 있다./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사망 사건과 관련해 “전쟁의 무고한 희생자”라고 지칭해 우크라이나가 반발했다.

24일(현지 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의 바오로 6세 홀에서 주례한 수요 일반 알현에서 전쟁의 광기로 인해 희생당하는 것은 무고한 사람들이라고 발언했다. 이날은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이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째 되는 날이다.

그러면서 지난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가 차량 폭발로 숨진 사건을 두고 “그 불쌍한 여성이 카시트 밑에 설치된 폭탄 때문에 공중으로 날아갔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쟁의 대가를 치르는 건 무고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두긴은 러시아 제국을 만들고 여기에 우크라이나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오랜 기간 주장했고, 딸 두기나는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며 아버지의 사상을 옹호했다. 러시아는 두기나 폭사의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했다.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유라쉬 주교황청 대사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교황의 말은 실망스러웠다”며 “(러시아의) 제국주의 사상가 중 한 명을 무고한 희생자로 언급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인들에게 살해당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바티칸에 파견된 주교황청 대사가 교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유라쉬 대사는 교황의 고아 관련 발언도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전쟁으로 고아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고아는 국적이 없다. 러시아인이든, 우크라이나인이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다”고 했다. 유라쉬 대사는 “침략자와 피해자, 강간범과 강간 피해자를 같은 범주에 넣어서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