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참전용사 유해물질 피해보상법'(PACT)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 관영매체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서명을 비판하면서 “청나라가 연상된다”는 표현을 사용해 화제가 됐다. 청나라도 중국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왕조인데, 타국을 비판하면서 굳이 자국(自國) 왕조에 빗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족(漢族) 중심 역사관을 강조하는 공산당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기후변화 대응,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골자로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는 변화될 수 있고, 그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이 법은 내일에 대한 것이며, 미국 가정에 진전과 번영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 여전히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미국과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중국산 핵심광물이나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혜택에서 제외된다.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만 혜택을 받는다. 이를 두고 중국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은 중국의 신에너지 성장을 막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밀어붙임으로써 ‘고립주의적 사고방식’에 빠진다”는 제목의 보도를 내고 강하게 비판했다.

매체는 미국을 청나라에 빗대기도 했다. 매체는 “중국을 겨냥한 일련의 움직임은 미국이 상실감 속에서 자신 있게 국제경쟁에 참여하기보다는 보호무역주의를 수용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는 보호주의와 고립적 사고방식의 정점에서 쇠퇴한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오만하고 폐쇄적인 청나라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이러한 표현의 배경은 뭘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은 18일 조선닷컴에 “중국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무기력함을 종종 자신의 마지막 왕조였던 청나라 말기의 현상에 비유하고 있다”며 “우선은 다른 무엇보다 미국의 여러 위기적 징후를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법”이라고 말했다.

유 소장은 “그럼에도 자국의 마지막 왕조를 그에 비유한 이유는 한족(漢族) 중심의 역사관을 강조하는 현 지도부 의중을 반영하고자 했기 때문”이라면서 “망국(亡國)의 상징과도 같은 만주족(滿洲族)의 ‘청나라 말기 현상’을 산불과 눈사태 등 재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미국에 직접 견주면서 대미(對美) 공세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부터 중국 공산당을 옹호하는 지식인 그룹들이 이 표현을 계속 써왔다”며 “미국을 깔보고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이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국 전문가는 “미국을 청나라에 비유한 배경에는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 대한 한족들의 혐오와 멸시, 즉 ‘한족 우월주의’가 바탕에 깔려있다”며 “미국이 실제로 청나라를 닯았다기보다 미국을 청나라에 비유함으로써 멸시하고 짓밟고 싶은 한족의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