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한 남성이 원숭이두창 백신을 맞기 위해 백신센터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가 전 세계 78개국에서 1만8000건 이상 보고된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수의 감염이 남성 간 성관계에서 발생했다며 동성애·양성애자 남성들에게 성관계 상대를 줄일 것을 권고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7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기자회견을 열고 “원숭이두창은 막을 수 있는 질병”이라며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출 위험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들은 당분간 성관계 상대의 수를 줄여야 한다”며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면, 후속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파트너와 연락처를 공유하라”고도 했다.

원숭이두창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집단은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로자먼드 루이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 천연두 사무국장은 “원숭이두창 확진자의 99%는 남성이며, 그중 최소 95%는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차별은 바이러스 만큼이나 위험하다”며 국가가 나서서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 비상프로그램국장도 “원숭이두창이 낙인이나 인종차별적인 방식으로 소비되는 것을 피하고자 이름을 바꾸는 과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날 WHO 발표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확진 사례는 전 세계 78개국에서 1만8000건 이상이 발생했다. 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70% 이상은 유럽 지역에서, 25%는 미주 지역에서 나왔다. 현재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전체 확진자의 약 10%다. 원숭이두창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5명으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나왔다.

한편 인수공통감염병인 원숭이두창은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 발생했던 풍토병이다. 지난 5월부터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원숭이두창이 급격하게 확산하자, WHO는 지난 23일 원숭이두창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PHEIC는 WHO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질병과 관련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경보 단계다. 이 경우, WHO는 질병 억제를 위한 연구와 자금 지원, 국제적 보건 조치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 WHO가 PHEIC를 선언한 것은 2007년 이후 이번이 일곱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