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들을 향해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며 지원 강화를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러시아를 위협으로 생각한다면 러시아의 첫 번째 타깃(우크라이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소행에 강력한 답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홀로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전쟁이 아니다. 유럽의 상황과 미래의 세계 질서를 결정할 권리의 전쟁인 것”이라며 “이게 바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러시아를 제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한 대공방어 시스템의 지원을 가장 먼저 호소했다. 그는 “여러분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제공한다면 우크라이나의 도시를 파괴하고 시민을 공포에 떨게 하는 러시아의 전력을 깨뜨릴 수 있다”며 “수도 키이우에서 마드리드까지 거리는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보다 짧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해 연설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또 현대식 포병 전력의 지원을 요구하면서는 “우리는 한 달에 약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수십 배 많은 포병 전력을 갖추고 있다”며 “전쟁을 질질 끌지 않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화력 우위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의 개방 정책을 지하철 개찰구에 비유하며 “열려있지만 다가서면 돈을 내기 전까지는 닫혀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아직 충분히 지불하지 않은 건가. 유럽과 전 세계 시민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의 기여가 불충분한가. 그렇다면 더 무엇이 필요하냐”며 “우리는 안전 보장이 필요하고 여러분은 공동 안보의 공간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취임 후 여러 차례 자국의 나토 가입을 시도했으나 나토는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지난 3월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할 것을 촉구했지만 미국과 나토는 전쟁이 확전할 가능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적극적인 나토 가입 추진을 침공의 명분 중 하나로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