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국왕이 과거 식민지였던 콩고민주공화국(이하 콩고)을 방문, 식민 지배에 대해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콩고 일각에서는 “잔혹한 식민 통치에 대한 반성으로는 부족하다”며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이 나와야 한다며 반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콩고를 국빈 방문 중인 필리프 벨기에 국왕은 8일(현지 시각) 수도 킨샤사의 콩고 의회를 방문해 연설하면서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지난 2020년에도 역대 벨기에 국왕 중 처음으로 콩고 식민 지배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필리프 국왕은 이날 연설에서 “식민 체제는 착취와 지배에 근거하는, 가부장주의와 인종차별로 점철된 가장 불평등한 관계로,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콩고 국민과 오늘날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깊은 유감을 다시 한번 표시하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펠릭스 치세케디 콩고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은 필리프 국왕의 방문을 열정적으로 환영했으나, 야당과 여론 일각에서는 공식 사과가 없다는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프랑치네 무윰바 은캉가 상원의원은 “벨기에 국왕의 유감 표명은 과거 콩고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 약속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벨기에는 1885년부터 1960년까지 75년간 콩고를 식민 지배했다. 이 중 1908년까지 초기 23년간 콩고를 레오폴드 2세 국왕의 개인 영지처럼 운영하면서 여러 만행을 저질렀다. 원주민을 강제 노동에 동원하고, 노역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팔과 다리를 잘라 수십만명이 불구가 됐다. 이 기간 벨기에의 강압 통치로 인해 목숨을 잃은 콩고인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