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시베르스키도네츠강 주변에 불탄 차량과 임시 교량으로 보이는 잔해를 촬영한 항공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점령을 목표로 동부 지역에 공세를 집중하는 상황에서 강을 건너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대대급 병력을 한꺼번에 잃었다.

12일(현지 시각)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8일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던 러시아군에 포격을 퍼부어 70대 이상의 탱크·장갑차를 파괴하고 약 1000명의 병력을 전멸시켰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포탄에 맞아 불탄 차량 50여 대의 잔해를 담은 사진을 공개하며 이같이 추산했다. 더타임스는 “이번 전쟁에서 가장 격렬한 전투 중 하나로, 돈바스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으려던 러시아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평가했다.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은 러시아 남부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잇는 강으로 러시아 기갑 부대의 진격을 늦추는 자연 장벽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쪽 강변에 집결한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 해당 지역을 정찰해 러시아군의 부교(浮橋)가 세워질 지역을 예측했다.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이동이 시작되자 곡사포와 공군력을 동원해 부교 3개 이상을 폭파하는 등 포격을 퍼부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단 하루에 러시아군 1000명이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주를 점령하기 위해 병력을 증강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예상 밖의 고전이 이어지자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 군 지도부 숙청설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을 인용해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12일 보도했다. 아레스토비치 보좌관은 “소식통에 따르면 게라시모프는 사실상 징계를 받았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게라시모프에게 군 지휘권을 계속 맡겨야 하는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일에 열린 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전승절) 열병식에도 게라시모프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의 전력 손실을 이유로 러시아 흑해 함대 사령관 이고르 오시포프 제독 등 지휘관 2명이 해임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