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지하철역에서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왼쪽)와 기타리스트 디 에지(오른쪽)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가운데는 군에 입대한 우크라이나 밴드 ‘안티틸라’의 보컬 타라스 토폴리아. /AFP 연합뉴스

록밴드 ‘유투(U2)’의 리드싱어 보노(Bono·62)와 기타리스트 디에지(The Edge·61)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지하철역에서 깜짝 공연을 열었다고 로이터통신과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스가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노와 디에지는 이날 러시아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방공호로 이용되고 있는 키이우 지하철역 중 흐레샤티크역에서 약 40분간 공연했다.

두 사람은 U2 대표곡인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With or without you)’, ‘할렘의 천사(Angel of Harlem)’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Sunday Bloody Sunday)’, ‘버티고(Vertigo)’ 등을 공연했고, 우크라이나 현지 방송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 중계가 이뤄졌다. 또 1960년대 인기 팝송 ‘스탠드 바이 미(stand by me)’를 ‘스탠드 바이 우크라이나(stand by Ukraine)’로 개사해 열창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U2는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람들과의 연대의 표시로 우리를 키이우에서 공연하도록 초청했다”고 했다. 보노는 공연 현장에 모인 100여 명의 키이우 시민들을 향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자유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당신들이 곧 평화를 누리기를 기도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5월 8일 오늘 밤에도 우크라이나 하늘에서는 총성이 울릴 것이지만 여러분들은 결국 자유로워질 것”이라면서 “그들(러시아군)이 여러분들의 목숨을 빼앗아갈 수는 있어도 여러분의 자부심까지 앗아갈 순 없다”고 했다.

보노와 디에지는 지난달에도 키이우 외곽 마을인 부차도 방문해 조의를 표한 바 있다. 부차는 러시아군이 철수한 후 수백 구의 시신이 발견돼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는지 여부에 대해 유엔 등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1976년 결성된 U2는 음악 활동과 더불어 인권운동과 반전·환경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그룹이다. 실험적인 음악과 대중적 밴드의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U2의 대표곡들 중엔 평화를 염원하는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곡들이 많고, 보노는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종종 오르는 인물이다. 2019년 첫 내한공연 당시 남북 평화와 한국 여성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