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뺨을 맞고 있다/유튜브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벌칙 등으로 자주 등장하는 뺨 때리기 등 폭력 행위가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일본 미디어 감시 단체인 방송윤리및프로그램개선기구(BPO)는 “예능 및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다른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조롱하는 장면이 청소년의 인간관과 공감 능력 발달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BPO는 특히 “이런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일상적인 폭력과 조롱 등을 젊은이들이 모방해 따돌림을 낳고 있다”며 제작자들이 더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니혼 TV 간판 예능 프로그램 ‘다운타운 DX’에서 한 출연자가 뺨을 맞고 있다. /유튜브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선 출연자의 뺨을 때리거나 굴욕을 주는 장면이 흔하게 나온다. 와타나베 마코토 삿포로대 교수는 “이런 종류의 코미디는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아 웃음을 자아낸다”며 “프로그램 제작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방송사들이 시청자를 웃기기 위해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문화평론가 가빈 블레어는 “이런 종류의 코미디가 일본 TV 예능 프로그램의 90%를 차지한다”며 “정치 풍자 등에 비해 뺨 때리는 것이 웃음을 보장하는 ‘안전한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뺨 때리기 등을 코미디언 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한다고 SCMP는 전했다.

BPO가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제재를 촉구한 건 2007년 이후 처음이다. BPO는 당시에도 “출연자에 대한 폭력적 혹은 성적 행위를 재고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BPO 제재가 일본 젊은 세대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TV 시청자 대다수가 노년층이고, 젊은이들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는 현재 상황에서 TV 예능에 대한 규제만으로 젊은 세대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