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하며 웃는 리셴룽 총리(왼쪽)과 로런스 웡 재무장관. / EPA 연합뉴스

2004년부터 싱가포르 총리를 지낸 리셴룽(70)의 후계자로 로런스 웡(50) 재무장관이 낙점되면서 그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리 총리와 웡 재무장관이 함께한 16일 기자회견에서 후계자 낙점 과정이 소개됐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 총리(2015년 사망)가 창당한 집권여당인 인민행동당이 의회 의석의 90%를 장악하는 사실상 일당독재체제다. 총리가 당 사무총장을 겸직하며 실권을 행사한다. 총리 임기가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현직 총리가 후임자를 물색하는 형식으로 권력이 승계돼왔다.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초대 리콴유에서 고촉통으로,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으로 총리 자리가 승계될 때마다 이런 관행이 반복됐다. 한때 리셴룽의 3남1녀중 둘째 아들인 리홍이(35)가 차기 권력자 후보로 떠오르며 ‘3대(代) 세습’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일단 웡 재무장관이 싱가포르의 실권을 잡게 됐다.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리 총리는 후계자 물색을 위해 2018년 16개 정부 부처에 ‘4세대 그룹’이라 불리는 젊은 정치인 10명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지난해 4월 ‘4세대 그룹’의 맏형 격이자 차기 총리 1순위였던 헹스위킷(61) 부총리가 차기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후계 구도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2020년 7월 총선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자 “더 젊은 사람이 싱가포르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이런 상황이 되자 리 총리는 작년 4월 부분 개각을 통해 차기 총리 레이스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3인방에게 새 자리를 맡겨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렸다. 웡 재무장관과 웅예쿵(52) 보건부장관, 찬춘싱(52) 교육부장관이 3파전을 벌이게 됐다.

2020년 정계를 은퇴한 코분완 전 교통부장관이 3월 말부터 총리 낙점 과정을 주도했다. 그는 3주간 헹스위킷 부총리와 장관 16명 등 19명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누가 차기 총리 후계자 적임자임을 물었다. 잠재적인 후보자의 순위도 매기게 했다.

차기 총리 후보 3인방도 코 전 장관을 만나 자신을 제외하면 누가 적임자인지 밝혔다. 코 전 장관이 19명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15명이 웡 장관을 선택하면서 그가 차기 총리로 낙점 받았다. 19명과 면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웡 장관은 미국 미시건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한 뒤 싱가포르로 돌아와 2011년 정계에 입문했다. 국가개발부 장관 등을 역임한 그는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 합동 코로나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차기 총리감이란 평가를 받았다. 리셴룽 총리는 “웡 장관이 실제 총리직을 맡는 시기는 차기 총선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