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서 20대 여성이 낙태와 관련된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9일(현지 시각) 로이터∙AP통신은 이날 텍사스주 사법당국이 26세 여성 리젤 에레라를 살인 혐의로 체포 및 기소했다고 전했다. 텍사스 스타 카운티 보안관실은 에레라가 “자발적∙고의적 낙태로 한 개인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레라는 지난해 9월 텍사스에서 임신 6주 이후 중절 수술을 금지하는 일명 ‘심장박동법’이 시행된 이후 살인죄로 체포된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에레라가 낙태를 한 당사자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낙태를 도운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텍사스주 임신 중절 지원 단체 ‘라 프론테라 펀드’는 “에레라는 병원에서 유산했고, 의료진에 자신이 낙태를 시도했다고 고백한 이후 그 사실이 당국에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에레라의 기소 이유가 ‘자발적 낙태’인 점을 들어, 그가 수술이 아닌 임신중절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심장박동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시점인 임신 6주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낙태 금지 시기를 임신 자체를 인지하기 어려운 시점으로 앞당겨 사실상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또 타인의 낙태에 관여한 모든 사람을 제3자인 일반 시민이 고발할 수 있도록 해 미 전역에 논란을 일으켰다.
현재 에레라가 어떤 법적 근거로 살인죄로 기소됐는지는 모호한 상황이다. 텍사스 현행 형법상 낙태를 한 임산부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심장박동법’ 역시 약물을 복용해 낙태를 한 경우에도 약물 제공자에게는 1만 달러의 벌금과 최대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임산부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뉴욕타임스는 “여성이 임신 중 약물을 사용한 경우를 포함해 스스로 유도 낙태를 한 사건에서 체포 및 수감되어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은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스타 카운티 보안관실 앞에서는 에레라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변호사 제니 에클룬드는 “에레라의 살인죄 기소는 텍사스주 여성들에게 고통스러운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낙태의 범죄화는 이 지역에서 임신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