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현지시각) 바티칸의 바오로 6세 홀에서 주례 일반알현을 거행하며 민간인 학살 사건 현장인 부차에서 전달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학살 정황 관련 “끔찍한 잔학행위”라고 규탄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바오로6세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소식은 안도나 희망 대신 부차학살과 같은 새로운 잔학행위를 증언한다”며 “여성과 어린이 같이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저질러진 도를 넘은 끔찍함”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군이 철수한 후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소도시 부차에서는 손이 결박된 채 총살당한 민간인 시신이 다수 발견됐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자 러시아는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교황은 이를 학살로 규정한 것이다.

교황은 이어 까맣게 그을리고 얼룩진 우크라이나 국기를 꺼내 신자들에게 보여주며 “순교의 도시 부차에서 온 것”이라고 했다. 그가 국기를 다시 접어 입을 맞추고 “순교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교황은 국제기구의 무력함도 비판했다. 그는 “오늘날의 지배적인 논리는 경제·이념·군사적 영향을 확장하며 자국 이익만을 주장하는 강대국들의 전략”이라며 “2차 세계 대전 이후 새로운 평화의 새 역사를 마련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강대국들이 경쟁하는 옛 역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리는 유엔의 무력함을 목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일반 알현이 끝날 무렵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어린이 6명을 무대 위로 불러 커다란 초콜릿 부활절 달걀을 건네며 “이 아이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탈출해야 했다. 이게 전쟁의 결과”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