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민들이 "푸틴은 전쟁범죄자" "민간인 학살을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전범)’로 규정하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독단적으로 결정했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살상 행위를 사실상 지시·방조한 만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9일(현지시각) 미국 CNN에 “푸틴 대통령은 사실상 전범이며, 그가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초대를 받아 온다면 미국과 영국, 유럽 국가들은 G20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을 전범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러시아가 민간인들이 있던 집, 학교, 병원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고 있다”고 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미국 대통령이 전범 옆에 앉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영국은 군사 행동 외에 제재를 포함해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최소 두 차례 이상 ‘전범’으로 규정된 상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폴란드 제슈프에서 “(푸틴은) 솔직히 말해 전쟁범죄자”라며 “이에 대한 법적 정의에도 들어맞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에는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규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처음에는 “아니다”라고 했다가, 나중에 “나는 그가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판단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3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전쟁을 결정·지시한 푸틴 대통령이 전범으로 규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유럽연합(EU)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럽 의회에 러시아 침공 이후 최소 400여곳의 학교와 110개의 병원, 1000동 이상의 주거지가 파괴되고 1만명 이상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러시아의 침공을 ‘국가 테러’로 규정하며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한 상태다.

한편 EU 회원국들은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들을 스파이 혐의로 속속 내쫓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30여명에 달한다. 슬로바키아 외무부 대변인은 30일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스파이 혐의로 추방한다”고 밝혔다. 슬로바키아는 이미 14일 러시아 대사관의 외교관 3명을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내보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체코, 아일랜드 등도 29일 외교관으로서 지위를 이용해 정보활동을 한 혐의로 러시아 외교관 40여명을 추방했다. 벨기에 21명, 네덜란드 17명, 아일랜드 4명, 체코 1명 등이다. 폴란드도 24일 같은 혐의로 러시아 외교관 45명에 대한 추방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