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에 걸린 아이들과 호스피스 직원들이 'Z' 모양으로 줄을 서고 있다. /트위터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알파벳 ‘Z(제트)’를 표지로 나타내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7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버스 정류장이나 자동차, 실외 광고판 등 곳곳에서 페인트로 그린 Z 표지를 찾아볼 수 있다.

-어디서 시작됐나.

맨 처음 Z 표지가 발견된 곳은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러시아 탱크와 로켓 발사대다. 동부 도네츠크 친러 반군 점령 지역에서도 이 표지가 있는 탱크가 발견됐다. 미 싱크탱크 벨링캣의 한 연구원은 “8년 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때는 없었던, 새로 나타난 표지”라고 했다.

-얼마나 퍼졌나.

7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기계체조 월드컵에서 러시아 선수 이반 쿨리악이 가슴 부분에 테이프 등으로 Z 표지를 붙이고 시상대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방송 유명 토크쇼에 Z를 그린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등장하고, 자동차 여러 대로 Z 자 대형을 만들어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게시되는 등 이 표지가 러시아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남서부 카잔의 한 호스피스 병원에서 아동 암 환자들과 병원 직원 60여 명이 눈 쌓인 병원 마당에 Z 대형으로 서 있는 장면이 트위터에 올라왔고, 미 정계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다 붙잡혀 추방된 마리아 부티나 러시아 하원 의원이 재킷 옷깃에 흰색으로 글자 Z를 그려 넣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유니폼에 ‘Z’ 표시를 하고 시상대에 선 러시아 체조 선수 이반 쿨리악. /타네우시 긱잔 트위터 캡처

-무슨 뜻인가.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은 ① ‘승리를 위해’라는 뜻의 러시아어 ‘자 파비에데(Za pobedy)’의 첫 글자를 땄다 ②러시아 ‘서쪽(자파드·Zapad)’에 있는 우크라이나로 진격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③ 크렘린궁의 표적 1순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의미한다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공식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한 러시아 특수부대원은 “원 안의 Z, 별이 달린 Z, 아무 장식이 없는 Z 등이 각기 다른 부대를 의미한다”고 러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카밀 갈레예프 전 연구원은 “이 표지가 러시아 이념과 국가 정체성의 새로운 상징이 됐다”고 했다.

-왜 확산하나.

푸틴 지지 웹사이트 차르그라드는 “러시아인의 자발적 운동”이라고 하지만, 외신은 “러시아 정부가 의도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계 미디어 분석가 바실리 가스토프는 “이런 종류의 운동을 하는 (러시아) 선전 부대가 있다”고 NYT에 전했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 전국에 Z 표지가 퍼지는 데는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