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러시아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에 개시됐다. 영상에서 그는 러시아군은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하며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는 무장을 해제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서방이 지난 26일(현지 시각) 발표한 러시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제재는 그동안 현실화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던 초강력 제재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도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스위프트는 200여 국가·영토에서 1만1000개 이상의 은행·금융기관들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사용하는, 미국 달러 중심의 세계 최대 금융 전산망이다. 국가와 기업, 개인들도 해외 송금과 국제 결제를 하려면 스위프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국제 금융의 혈류’로 불린다. 이란의 경우 2012년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서 무역액이 30% 감소, 경제가 초토화됐다.

이번에 서방은 “러시아 중앙은행까지 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키겠다”고 했는데, 이 경우 6430억달러(약 774조5000억원) 규모의 외환보유액 접근이 제한을 받게 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화 중 유로화와 달러화의 비율은 각각 32.2%, 16.4%에 달한다.

이 때문에 ‘스위프트 제재 가능성’만 거론해도 러시아는 “전쟁 선언”이라며 반발해왔다. 러시아는 스위프트 퇴출에 대비해 자체 결제망(SPFS)과 국제 결제용 카드 미르(Mir)를 개발했지만 스위프트를 대체하기엔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차단하는 내용의 금융 제재 조치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서방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때도 스위프트 제재를 하지 못한 건 독일과 이탈리아 등 러시아 에너지 의존이 큰 유럽국의 반대 때문이었다. 러시아·중국 간 결제망 강화로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서방은 ‘직접 파병하지 않는 대신 금융 출혈은 감수하자’는 합의를 이뤘다고 CNN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의 다음 공격 타깃이 될 위험이 높은 발트 3국이 러시아 스위프트 퇴출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편 EU에 이어서 미국이 발표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개인 제재는 상징성이 크다. 푸틴의 재산은 공식적으론 ‘모스크바의 77㎡(23평) 아파트에 연봉 14만달러(약 1억7000만원)’ 정도지만, 서방 정보기관들은 실제론 최소 1000억달러(약 120조원)에서 2000억달러(약 2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푸틴이 전 세계에 가족·측근 명의로 돈세탁해 은닉한 차명 재산이 많은데, 미국이 벌써 이를 파악해 놓고 압력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푸틴과 올리가르히(재벌)들이 해외 은닉한 재산이 러시아의 1년 국내총생산(GDP)의 8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