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일리야

러시아 출신 귀화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40)가 조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해진 날 소셜미디어에 쓴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사연을 알게 된 네티즌들이 위로의 댓글을 쏟아내면서다.

일리야는 지난 24일 오후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국기 이모티콘 하나를 게시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폭발음이 이어지는 등 러시아군의 공격이 본격화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다. 별다른 코멘트는 없었지만, 부모의 나라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복잡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리야는 2014년 JTBC 글로벌 예능 ‘비정상회담’ 출연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당시에는 러시아 대표로 자신을 소개했으나 2016년 대한민국 국적으로 귀화했다.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직업군인 출신으로 파견 간 우크라이나에서 어머니를 만나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출신 귀화 방송인 일리야가 지난 24일 쓴 글. /트위터

일리야는 지난해 MBC가 도쿄올림픽 개회식 생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사용한 것에 분노하는 글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그는 “대한민국 선수들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고, 미국은 9·11 테러 사진 넣지 그랬냐”며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나”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째인 25일(현지 시각)에도 미사일 등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동시다발 공격을 가하며 진군 중이다. 일부 부대는 수도 키예프 외곽까지 진격해 저지하는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였다. 시내 한복판에서 포성이 들리고 격렬한 총성이 났다는 목격자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군 폭격에 난장판이 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TASS 연합뉴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키예프 외곽 호스토멜 공항으로 공수부대를 성공적으로 침투시키는 작전을 수행했다”면서 “공항 장악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 200명 이상이 사살됐으며 러시아군 손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211개 우크라이나 군사인프라가 기능을 상실했다. 17개 지휘소와 통신소, 39곳의 레이더 기지, 19대의 대공미사일 등도 파괴됐다”며 “우크라이나 전투기 6대·헬기 1대·드론 5대 등 항공기 12대를 격추했고 67대의 탱크와 장갑차, 16문의 다연장로켓포 등을 파괴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