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키마니 주유엔 케냐 대사. /마틴 키마니 대사 트위터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계 각국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가운데,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인 케냐 대사가 러시아를 규탄한 연설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사태 논의를 위해 소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마틴 키마니 주유엔 케냐 대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뿌리”라며 침공을 정당화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키마니 대사는 세계 열강에 의해 국경이 결정된 아프리카의 아픈 역사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케냐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국의 종말과 함께 탄생했다”면서 “우리의 국경은 우리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니며, 영국·프랑스·포르투갈 같은 식민 제국에 의해 결정됐다”고 했다. 1895년부터 영국의 지배를 받은 케냐는 지난한 독립 투쟁 끝에 1963년에서야 독립했다. 2020년 기준 케냐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61위, 1인당 GDP는 1838달러로 117위에 그쳤다.

그는 “만약 우리가 독립할 때, 민족·인종·종교적 동질성에 기반해 국가를 수립하려 했더라면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물려받은 국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고 위험한 향수(nostalgia)를 품고 과거로 돌아가기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편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현재의 국경과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키마니 대사의 연설은 민족적 동질성을 명분으로 삼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공화국을 독립국으로 승인한 푸틴 대통령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우크라이나는 단순한 이웃 국가가 아니라 러시아의 역사·문화·정신에서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키마니 대사는 “제국주의의 붕괴로 형성된 모든 국가에는 주변국 동포들과 통합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다”면서 “그러나 케냐는 그러한 갈망을 무력으로 추구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호소했다.

그의 연설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45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역대 유엔 연설 중 가장 훌륭한 연설이었다””우리가 어떻게 제국주의에 맞서야 할지 보여줬다” 등의 댓글을 달며 영상을 공유했다.

외신들도 키마니 대사의 연설에 호평을 쏟아냈다. 워싱턴 포스트는 “강대국의 오만을 일깨우는 짧지만 날카로운 연설”이라며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난은 제국주의의 파괴적인 결과를 너무나도 잘 아는 나라로부터 나왔다”고 썼다. CNN 방송 진행자 파리드 자카리아도 “케냐 대사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최고의 대응을 보여줬다”면서 “한 사람, 한 나라의 비이성으로 국제법을 무시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