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제닝스 시모스 박사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사진은 지난해 1월 촬영한 사진으로, 조예족인 아들 타위가 아버지 와후를 업고 있는 모습이다. /인스타그램

아마존의 한 원주민이 아버지를 등에 업고 왕복 12시간 동안 걸었다. 그가 밀림을 뚫고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함께 먼 거리를 걸었던 이유는 아버지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맞히기 위해서였다.

지난 14일(현지시각) BBC 브라질에 따르면 현지 원주민인 타위(24)는 아버지 와후(67)를 업고 아마존 밀림에 설치된 임시 코로나 백신접종센터를 지난해 1월 찾았다. 당시 이들 부자(父子)는 수풀을 헤치며 꼬박 6시간을 걸어 센터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자, 타위는 다시 아버지를 업고 6시간을 걸어 마을로 돌아갔다. 12시간 동안 걸은 셈이다.

이들의 사연은 아마존에서 의료 활동을 하는 에릭 제닝스 시모스 박사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며 알려졌다. 시모스 박사는 아버지 와후는 백신 접종 당시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에 아들 타위는 아버지 건강이 코로나로 인해 더 나빠질까 걱정돼 12시간 동안 업고 걸은 것이다.

시모스 박사는 “부자간 사랑을 보여준 아름다운 광경”이라며 “새해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사진을 올렸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와후는 지난해 9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인은 불명이다. 타위는 최근 3차 접종도 받았다.

브라질 정부 통계에서 따르면 현지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원주민은 853명이다. 그러나 비정부기구인 브라질원주민협회(APIB) 측은 코로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1년간 원주민이 1000명 넘게 사망했다면서 관심을 촉구했다.

이에 현지 보건 당국은 지난해 1월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원주민을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제는 밀림 곳곳에 흩어져 사는 원주민을 찾는 일이었다. 사진 속 타위와 와후가 속한 조예족만 해도 인구가 약 320명에 불과한데, 축구 경기장 120만개에 달하는 크기의 밀림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진은 이들을 찾기보다 라디오 등으로 코로나, 감염병 정보를 전달하면서 한곳에서 기다리면서 접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