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이 11일(현지 시각) 올해 아프가니스탄의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 사회에 50억달러(약 5조 9600억원) 지원을 요청했다. 단일 국가에 대한 지원금으로는 1945년 유엔 창설 이래 사상 최대 액수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긴급구호조정관은 이날 “올해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44억달러가 필요하다”며 국제 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여기에 국경 너머로 피난을 떠나는 아프간 난민들에 대한 지원금 6억 2300만달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원금은 160여개 비영리구호단체(NGO)와 구호품을 전달하는 유엔 기관에 전달되며, 일부는 현지 의료진의 급여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알자지라통신은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은 현재 아프간 인구의 절반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 있으며, 900만명 이상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긴급구호가 필요한 난민은 570만명에 달한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은 “아프간 내부 상황을 안정시켜 더 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원을 호소했다.
지난해 8월 탈레반 재집권 후 아프간 경제는 수렁에 빠졌다. 미국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아프간 자산을 동결하고, 국제금융기구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자 인플레이션과 고용 불안이 심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십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식량난도 극심한 상태다. 유엔 관계자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당장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유엔 지원금으로) 100억달러(약 11조 9200억원)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유엔 발표 직후 미국은 아프간에 3억 800만달러(약 37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성명을 내고 “지원금은 취약 계층을 위한 식량과 영양 공급, 보건 시설 확충, 물류 지원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