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미국 우방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도움으로 자체 탄도미사일 생산에 돌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사우디의 지역 라이벌인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려던 미국에게는 돌발 변수가 발생한 셈이다.
CNN은 23일(현지 시각) 복수의 소식통과 위성사진을 토대로 사우디가 중국으로부터 미사일 생산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 탄도미사일을 비밀리에 생산하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비롯한 복수 기관은 최근 중국이 사우디에 수차례에 걸쳐 민감한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대거 이전했다는 내용의 첩보를 보고받았다고 한다. 미 정보 당국은 사우디 중부 다와드미에 과거 중국의 도움으로 건설된 미사일 생산 시설에서 탄도미사일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은 CNN이 입수한 위성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지난 10~11월 다와드미의 미사일 시설을 관측한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미사일 생산의 “명확한 증거”가 드러났다고 입을 모았다. 미들베리 국제대학원의 제퍼리 루이스 교수는 “탄도미사일에 쓰이는 로켓 모터를 주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료 찌꺼기를 소각하는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며 이를 “미사일 생산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핵심 증거”라고 했다.
사우디가 과거 중국으로부터 수차례 탄도미사일을 구매한 적은 있지만, 자체적으로 미사일을 생산한 적은 없다. 미국은 1987년 체결된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에 따라 사우디에 탄도미사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대적한다는 명목하에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비가입국인 중국과 공조, 비밀리에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을 키워왔다.
최근 이란과의 핵 협상을 통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하려던 바이든 행정부에게 사우디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큰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우선 사우디에 미사일 기술을 이전하는 데 관여한 중국 기관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사우디 미사일 프로그램은 미국이 우려하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통제하는 데 큰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사우디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일한 제약 없이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제약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