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 시각) 찰스 리버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교수가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보스턴 연방법원에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력한 노벨 화학상 후보로 꼽히던 미국 화학자가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해 연구비를 지원받은 사실을 숨겼다가 철창 신세를 질 위기에 빠졌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2008년 말부터 해외 고급 인력을 자국 대학과 국유 기업에 유치하려고 해외 석학이나 자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정착비와 연구비 등을 대대적으로 지원한 프로젝트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 시각) 찰스 리버(62) 미 하버드대 화학과 교수가 이날 보스턴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천인계획에 참여한 사실과 그 대가로 받은 연구비 등을 숨긴 혐의로 배심원단에게 유죄 평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하버드 화학 및 생화학과 학과장을 지낸 리버 교수는 인체에 삽입할 수 있을 만큼 작고 유연한 전자 칩을 개발했다. 시각장애인의 시각을 되살리고, 마비 환자의 팔다리 기능을 복원하는 등 앞으로 바이오전자 의학에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스타 과학자’로 꼽히며 노벨 화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리버 교수는 2018년 제정된 ‘차이나 이니셔티브’에 발목이 잡혔다. 이는 최신 기술 등 민감한 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지식재산권판 방첩법으로, 중국에 민감한 정보를 넘기거나 중국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리버 교수는 2011년 우한기술대(WUT)와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해 3년 동안 천인계획 일원으로 급여 월 5만달러(약 5962만원)와 정착비 15만달러(약 1억 7887만원)를 받았다. 그가 참여한 우한기술대·하버드 나노 핵심 연구실은 총 150만달러(약 17억8875만원)를 연구비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리버 교수는 2008년부터 이 계약을 맺을 당시까지 미 국방부와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비 총 1800만달러(약 214억원)를 지원받은 상태였다.

리버 교수는 수사가 시작되자 국방부와 NIH 측에 천인계획 참여 사실을 부인하는 등 거짓말을 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천인계획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그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노벨상을 원한다”며 “내 업적을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천인계획 참여를 숨긴 것에 대해선 “체포될까 봐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미 학계에서는 ‘차이나 이니셔티브’에 대해 “간첩 행위가 아니라, 단순히 거짓말을 처벌하는 법이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앞서 교수 10여 명이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위반했다고 기소됐지만, 공소가 기각되거나 면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