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6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미·중 화상 정상회담은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처음 가진 화상 정상회담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중국 정부가 중국 대륙과 대만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원칙)을 언급하며 최악 상태의 미⋅중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 후 300일 만에 처음 이뤄진 화상 정상회담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 공동성명을 내지 못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긴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5분(한국 시각)부터 3시간 30분 동안 화상으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에서 미국은 대만관계법, 3개의 (미·중) 공동성명, 6가지 보장에 따른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중국을 겨냥해선 “대만해협의 현 상태(status quo)와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일방적 행위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해왔다. 이번 화상 회담은 지난 2월과 9월 전화 통화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3번째 접촉인데, 바이든 정부에서 백악관 발표문에 하나의 중국 원칙이 들어간 것은 처음으로 중국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평가다. 바이든이 언급한 미 정부의 6가지 보장(1982년)엔 “대만의 주권은 평화롭게 결정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대만에 대한 외교·군사적 지원을 확대하던 바이든 정부가 기존 미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회귀했다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대만해협이 새로운 긴장 국면에 놓인 것은 대만 당국이 미국에 기대 독립을 추진하려고 하고, 미국 일부 인사가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억제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대만 문제 개입에 대해 강하게 경고했다.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 죽는다”고도 했다. 대만 독립이 가시화될 경우 무력 사용도 불가피하다는 뜻도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이 위기 관리를 위해 하나의 중국에 동의함으로써 시 주석의 체면을 살려주고 양국 관계를 관리 가능한 경쟁으로 이끌겠다는 의도”라며 “내년 미국은 중간선거, 중국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양측 모두 대만 문제로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양국은 이날 두 정상이 기후변화와 보건 안보 분야에서의 협력 의사를 밝히고 북한과 한반도 문제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함께 논의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