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주 궤도를 도는 자국 위성을 요격 미사일로 파괴하고, 이때 발생한 파편들이 우주인 7명이 생활하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부딪칠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ISS의 우주인들은 구명정으로 긴급 대피까지 했다. 2013년 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의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우주 공간의 안전성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15일(현지 시각) “이날 새벽 러시아가 자국 위성을 요격하는 ‘위성 요격 무기’ 실험을 벌여 1500여 개 이상의 파편이 생겼다”면서 “그 잔해가 ISS를 향하면서 우주 비행사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위성 ‘첼리나-D’를 파괴하는 시험이 15일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첼리나-D는 1982년 발사된 첩보 위성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은 우주 공간의 안전한 이용을 위협하며,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 비행사들을 위험에 몰아넣었다”며 “우주 공간의 무기화에 반대한다는 러시아의 그간 주장이 위선적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ISS는 현재 지상 420㎞ 고도의 궤도를 돌고 있다. 미국인 4명, 독일인 1명, 러시아인 2명 등 총 7명의 우주인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 연방우주국은 ISS와 우주인들의 보호를 위해 주변 25㎞와 궤도 위아래 0.75㎞를 ‘안전권역’으로 설정하고 소행성 부스러기나 우주 쓰레기 등 위험물의 접근을 경계해왔다. 이런 와중에 위성 요격 실험으로 생겨난 파편이 이 영역 안에 들어온 것이다.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은 “ISS가 현재 90분마다 파편 무더기를 통과하거나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한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사건이 러시아의 위성 요격 미사일 실험이라고 전제하고 “이번 일은 우주에서 (무기 실험 등에 대한) 국제적 규범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발표 직후 러시아 연방우주국이 트위터를 통해 “오전 9시 30분(미국 동부 시각)에 ISS의 비상 상황이 해제됐다”면서 “잔해 물질의 궤도는 ISS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ISS는 안전 지역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이유는 세계 각국이 위성 요격 무기 개발과 배치에 나서면서, 미국의 ‘우주 안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 요격 무기는 적국의 인공위성이나 대륙간탄도탄을 우주 공간에서 공격해 무력화하는 ‘우주전(戰)’을 위한 것이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인도가 위성 요격 무기 체계를 갖췄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인공위성을 모두 요격할 수 있는 SM-3 함대공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위성 요격 미사일 개발에 나서 현재 전폭기에서 발사하는 공중 발사형과 지상의 미사일 발사대에서 쏘는 지상 발사형을 모두 갖고 있다. 중국은 둥펑(東風) 미사일을 개조한 위성 요격 미사일을 갖고 있다. 이 미사일은 지상 3만6000㎞의 고고도 정지위성까지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의 위성 요격 미사일 실험이 타국에 비해 훨씬 활발하다는 것이다. 무기의 정확도와 파괴력을 더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러시아는 특히 지난해에만 총 3차례의 실험을 했고, 중국도 미사일 방공체계 시험을 구실로 2010년 이후 최소 10차례의 실험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엔 자국의 퇴역 기상위성을 미사일로 직접 파괴하는 실험을 벌였다가 무려 3000개의 잔해를 만들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무분별한 인공위성 요격 실험으로 우주 공간에 돌아다니는 파편이 늘어나면서 미국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이 피해를 볼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은 군용과 민수용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공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지구 주변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인공위성과 우주선의 잔해는 약 50만~60만개, 무게는 약 4500t으로 추정된다. 로이터와 BBC는 “이 중 상당수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면서 타서 사라지지만, 위성 요격 무기 실험 등을 통해 더 많은 양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