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AFP 연합뉴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다음 달 1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참석을 취소했다고 26일(현지 시각) 영국 BBC가 보도했다. 일주일 전 1박 2일 일정의 북아일랜드 방문을 출발 당일인 지난 20일 전격 취소한 데 이어 최근 들어 두 번째 주요 일정 취소다. 여왕은 당초 이 행사 리셉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할 예정이었다.

버킹엄궁은 이날 “COP26 개막식 리셉션에는 사전에 녹화된 (여왕의)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며 “직접 행사장에 가지 못하는 것에 여왕이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왕은 윈저성에 머물면서 가벼운 업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여왕의 건강에 큰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왕의 건강에 대한 걱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왕은 불과 일주일 전인 20일 돌연 런던의 에드워드7세 병원에 하루 입원한 일이 있다. 버킹엄궁은 당시 “(여왕의 건강 유지를 위한) 사전 검사를 받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여왕은 이튿날 다시 업무에 복귀했으나 COP26 참석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정을 조정하거나 취소하고, 외출을 삼가 왔다. 26일엔 윈저성에서 화상으로 우리나라 김권 대사 등 새로 부임한 외국 대사들의 신임장을 받았다.

갓 쓴 駐英대사,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신임장 제출 - 지난 6월 말 부임한 김건 주영한국대사 내외가 26일(현지 시각) 오전 한복을 입고 영국 버킹엄궁을 방문, 화상으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게 신임장을 제출했다. 일주일 전 검진을 위해 런던 병원에 하루 입원했다가 퇴원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날 공식 활동을 재개했지만 접견 등은 화상으로 대체했다. /AP 연합뉴스

영국 언론에서는 여왕의 최근 건강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BBC는 왕실 전문 기자 논평에서 “북아일랜드 일정 취소는 COP26 참석을 위한 휴식의 의미였지만, COP26 일정도 취소됐다”면서 “가볍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올해 만 95세인 여왕의 건강이 결코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란 것이다. BBC는 “여왕은 앞으로 (실물이 아닌) 화상회의와 비디오로 더 많이 사람들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여왕이 빡빡한 개인 일정과 늦은 TV 시청으로 쇠약해졌다(knackered)”고 주장했다. 여왕은 지난 4월 필립 공과 사별한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려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계속 점심·저녁을 같이했다고 한다. 선데이타임스는 “여왕은 자신의 자녀를 키워준 동갑내기 유모 마벨 엔더슨과 함께 자주, 밤늦게까지 TV를 시청했다”며 “여왕은 경찰 드라마 ‘라인 오브 듀티’를 좋아한다”고도 전했다. 1952년에 즉위한 여왕은 내년에 즉위 70년을 뜻하는 ‘플래티넘 주빌레’를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