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마약 밀매 조직 클랜 델 골포의 수장 다이로 안토니오 우수가(가운데)가 군경에 검거되 은신처 밖으로 끌려나오는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북서부 열대우림 일대에 군용 헬리콥터 22대가 굉음을 내며 일제히 나타났다.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은 지상 목표물을 향해 불을 뿜었다. 같은 시각, 땅 위에선 콜롬비아 육군 소속 특수부대원 500여 명과 경찰 병력이 총격전을 벌이며 숲속 한 은신처를 향해 접근했다.

24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콜롬비아 군경은 열대우림 은신처에 숨어 있던 콜롬비아의 ‘마약왕’ 다이로 안토니오 우수가(50)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였고, 치열한 접전 끝에 그를 생포했다.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은 “오늘 검거는 이번 세기 들어 마약 카르텔에 가한 가장 강력한 일격”이라고 했다. BBC는 “콜롬비아가 (지난 5년 동안) 그토록 원했던 마약왕을 드디어 검거했다”고 했다.

콜롬비아의 최대 마약 밀매 조직 ‘클랜 델 골포’의 두목 다이로 안토니오 우수가(가운데)가 지난 23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북서부 열대우림 은신처에서 체포된 뒤 수도 보고타로 압송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날 작전은 밀림 속 전투를 방불케 했다. 우수가는 자신의 은신처 주변에 경비병을 1~2㎞ 간격으로 8겹이나 배치했다. 총격전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저항하는 마약 조직원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하지만 헬기 엄호를 받는 특수부대원들의 빈틈없는 작전에 우수가 경비병들은 계속 수세에 몰렸다. 결국 군경이 은신처를 완전 포위하자 우수가는 총을 버리고 항복했다.

이번 작전에는 미국 등 우방국의 정보 협력도 큰 몫을 했다. 호르헤 루이스 바르가스 콜롬비아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영국 등의 정보기관의 전문가 50여 명이 달라붙어 우수가가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24시간 감시했다”며 “위성사진과 신호 정보 등을 분석해 그의 이동 동선과 위치를 추적했다”고 말했다.

23일(현지 시각) 은신처에서 콜롬비아 군경에 체포된 콜롬비아 마약왕 '오토니엘'. /트위터

‘오토니엘’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우수가는 1200여 조직원을 둔 콜롬비아 최대 마약 밀매 조직 ‘클랜 델 골포’의 우두머리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과거 좌파 게릴라 무장 단체인 국민해방군과 극우 성향의 불법 무장 단체를 오가며 활동했다. 2006년 대부분 무장 단체가 정부와의 평화 협정으로 해산했지만 그는 무장 해제를 거부하고 범죄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가 마약 밀매를 넘어 인신매매, 불법 채굴 등에 손을 뻗치며 거대 범죄 조직으로 성장하자 콜롬비아 정부는 30억페소(약 9억3000만원)를 현상금으로 내걸었다. 그는 부하들과 친인척들이 군경에 붙잡히고 사살되는 와중에도 5년간 정부의 추적을 피해 왔다. 우수가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고, 조직원과 소통할 때는 인편으로 USB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했다.

우수가는 2003~2014년 최소 73t의 코카인을 미국에 불법 반입시킨 혐의 등으로 미국 맨해튼, 마이애미, 탬파,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 등에서 기소된 상태다. 미 국무부는 그에게 현상금 500만달러(약 58억5000만원)를 걸었다. BBC는 우수가가 곧 재판을 위해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