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서 신유빈(17·탁구)과 김제덕(17·양궁), 황선우(18·수영), 여서정(19·체조) 등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막내들은 거침 없었다. 올림픽 무대를 오롯이 즐길 줄 알고, 자신의 일을 무엇보다 사랑하며, 월드클래스 실력에 거침없는 언변까지. 신인류의 DNA는 대한민국을 매료시켰다. 도쿄패럴림픽에도 눈에 띄는 막내들이 있다. 총 86명의 대한민국 선수단 중 20대는 15명 뿐. 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햇살처럼 눈부시다.

◇임호원 “테니스 사상 첫 메달이 목표”

도쿄패럴림픽 출국을 앞두고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프로야구 출신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김명제(34)에게 ‘띠동갑 한솥밥 동료’ 임호원(22·이상 스포츠토토)에 대해 슬쩍 물었더니 “어휴, 대선배님이시죠”라고 답했다. 임호원도 “그렇죠, 휠체어테니스는 제가 선배죠”라며 씩 웃었다.

임호원이 이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모습./대한장애인체육회

1998년생 임호원은 열한살 때 휠체어테니스를 처음 시작했고, 최연소 국가대표로 2016리우 패럴림픽도 다녀왔으니 구력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선배다. 올림픽 때 테니스를 봤느냐는 질문에 임호원은 당당하게 말했다. “아, 테니스는 못 봤고 김연경 선수(배구) 봤어요.” 그는 “5년 전 처음 갔던 리우 패럴림픽 땐 어렸죠. 와일드카드로 운 좋게 갔는데 그때 아무것도 몰랐고 긴장도 많이 됐다”고 했다. 두 번째 패럴림픽은 다르다. “이번엔 자력진출이니까, 색깔 상관없이 꼭 메달을 딸 것”이라고 했다.

임호원의 강점은 휠체어링과 포핸드 드라이브. 능수능란한 휠체어 기술은 단순히 어릴 때부터, 많이 타서만은 아니다. 타고난 운동 신경, 순발력, 그리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영리한 운동 지능이 발군이다. “다치기 전에도 달리기도 잘하고, 축구를 좋아했어요.” 2006년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후 운명처럼 테니스를 만났다. “재활하던 병원에서 옆 침대 할아버지 보호자가 라켓을 주면서 한번 해보라고 하셨어요. 퇴원 후 배우기 시작했는데 움직임이 멋있어서 반했죠.” 그는 “다치고 나서 처음 밖에 나갔는데 엄마도 저도 부끄럽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워낙 어렸을 때라 그런 것도 있고, 그저 이렇게 됐네 이 정도였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고, 약간 우울한 건 있었는데 운동하면서 싹 없어졌다”고 말했다.

임호원은 2013년 아시아장애청소년대회서 대한민국 휠체어테니스 사상 첫 은메달을 따냈고, 2015년 열여섯살 때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 리우패럴림픽에 참가했고, 2018년 자카르타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비장애인 테니스스타’ 정현(25)과는 같은 삼일공고 출신. 좋아하는 선수는 로저 페더러다. “플레이스타일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매너가 좋잖아요.” 테니스 선수로서의 목표를 묻는 말엔 진지해진다. “장애인, 비장애인 테니스를 통틀어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없잖아요. 우리나라 최초의 테니스 메달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김민수 “‘쫄지마! 대충 쏴’ 의미 이해하죠”

1999년생 궁사(弓士) 김민수(22·대구도시철도공사)는 조용하다. 말수는 적지만 할 말은 한다. 김민수도 ‘리우 최연소 국대’에 이어 이번 패럴림픽이 두 번째다. 열 살 때 친구와 놀다 담벼락이 무너지며 두 다리를 잃었다. 어머니가 사격, 양궁을 권했는데 “활이 신기하고 멋져보인다”며 양궁을 택했다. 2018년 체코 세계랭킹 토너먼트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2019년 네덜란드 세계선수권에서 세계신기록(662점)을 쐈다. 그는 “당시 세계 기록에도 만족하지 못했다”며 “패럴림픽이 연기되면서 연습할 시간이 늘어나 좋았다”고 했다. “양궁은 참 재미있어요. 30m도 쏘고, 50m도 쏘고, 혼자도 쏘고, 함께도 쏘고요. 아직까지 큰 슬럼프도 없었죠. 저는 지금도 여전히 양궁이 재미있어요.”

김민수가 이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모습./대한장애인체육회

그는 도쿄올림픽 기간 한국 양궁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다고 한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안산(20)과 김제덕(17)이 나선 혼성전을 꼽았다. ‘올림픽 3관왕’ 안산이 슛오프 때 중얼거렸다는 ‘쫄지마, 대충 쏴!’를 이해하느냐고 물었다. 김민수는 “이해한다”며 “부담없이 상대 선수 생각하지 말고 내 것을 하자, 점수가 몇 점이든 자신 있게 쏘자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도 저렇게 자신감 있게,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생각해요. 후회 없이 한발 한발 쏘고 싶어요.” 두 번째 패럴림픽, 목표는 확실하다. “양궁대표팀의 목표는 개인, 혼성, 단체전 전 종목 메달, 그리고 제 목표는 개인전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입니다.”

◇올림픽엔 신유빈, 패럴림픽엔 윤지유

2000년에 태어난 윤지유(성남시청)는 이미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다. 5년 전 처음 출전한 리우 패럴림픽에서 서수연, 이미규 등 걸출한 선배들과 함께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도쿄올림픽 스타 신유빈과 비슷한 나이에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리우 대회)을 온전히 즐겼다.

윤지유가 이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모습./대한장애인체육회

윤지유는 3살 때 흉추 3번 혈관이 터지는 혈관 기형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중학교 2학년 때 수원복지관에서 탁구를 만나면서 인생길이 달라졌다. 2015년 벨기에오픈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패럴림픽 메달까지 따냈다. 빛나는 재능을 세계무대에서 이미 입증했다.

그는 두 번째 패럴림픽에서도 대표팀 막내다. 패기만만 막내가 이번 대회 여자 단체전 2대회 연속 메달, 개인전 첫 메달에 도전한다. 리우 대회 개인전에서 아쉽게 4위로 메달을 놓친 아쉬움을 떨치고 싶어 한다. 윤지유가 씩씩한 각오를 전했다. “도쿄패럴림픽에선 개인·단체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특히 개인전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