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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한 독일 기자가 중국 현지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봉변을 당할 뻔했다. 이는 현지 주민들이 그를 영국 BBC 기자로 오인해 벌어진 일이다. 다행히 해프닝으로 그쳤지만 독일 기자는 “내가 정말 BBC 기자였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다”며 놀란 심경을 전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 시각)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의 마티아스 베링거 기자는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일어난 물난리를 취재하다 오해를 받고 성난 현지 군중에 둘러싸였다.

베링거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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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LA타임스 앨리스 수 특파원과 함께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한 쇼핑센터 인근으로 취재를 나갔다. 그때 “두 여성이 다가와 한 명이 내게 누구냐고 물어보면서 말을 걸었고 다른 한 명은 내 모습을 계속 촬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대부분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 10명 정도가 몰려들었고, 자신들의 신원은 밝히지도 않으면서 내게 촬영이 불법이라고 말했다”며 “내가 못 알아듣는 척하며 현장을 떠나려 하자 한 사람이 길을 막아섰고 그래서 나도 그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들은 내게 ‘로빈 브랜트'의 사진을 보여주며 ‘당신이냐?’라고 물었고, 나를 밀치면서 ‘나쁜 놈' ‘중국에 먹칠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며 심지어 “한 사람은 내 핸드폰을 잡아채기도 했다”고 전했다. 로빈 브랜트는 영국 BBC 방송의 중국 특파원이다.

지난 2월 영국은 중국 CGTN 방송이 중국 공산당의 통제 하에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로 면허를 취소했고, 중국은 영국 BBC 월드뉴스가 의도적으로 중국에 대한 루머를 유포한다며 자국 내 방영을 금지했다.

이후 베링거 기자에 따르면 “결국 처음에 말을 걸었던 여성이 성난 주민들을 진정시켰고, 그들은 내가 브랜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조용해졌다”며 일부는 베링거 기자에 사과했다. 그는 “중국 관영매체와 국수주의자들 사이에서는 BBC 뉴스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하여 그는 ”웨이보에 내게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만약 정말 내가 브랜트였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겠다”며 “현재 중국의 언론 환경은 매우 두렵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웨이보에선 외국 기자들의 개인정보를 포함한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내용의 게시물들이 공유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베링거와 앨리스 수 기자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몇몇은 사람들이 브랜트를 따라다니며 그의 위치를 보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수 기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전하며 “그들은 ‘여기는 중국이야. 중국에서 꺼져!’라고 소리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 정저우에서 이 같은 적대감과 맞닥뜨린 외국 기자는 우리뿐만이 아니다”라며 “당시 적어도 1명은 사과했지만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편 차이나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자국 언론에게 이번 폭우로 인한 물난리 보도와 관련해 당국의 정보만 보도하도록 지시했고, “과대하게 슬픈 어조, 과장 보도, 과거 사건과 연결시킨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18개월 동안 최소 미국 기자 16명이 중국에서 추방됐고, BBC 존 서드워스와 호주 기자 2명 등 최소 4명의 기자들이 반강제적으로 도주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호주TV앵커 청레이와 중국 블룸버그 기자 헤이즈 판 등 2명은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