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백명이 사망한 캐나다 서부 지역이 이번엔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백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이미 축구장 420만개 면적의 대지가 불탔다. 진화에 어려움을 겪던 당국은 결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달 29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캠루프스 인근 스파크스 레이크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모습. /AFP 연합뉴스

마이크 판워스 BC주 공공안전부 장관은 주 전역을 휩쓰는 산불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20일(현지 시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캐나다 국영방송 CBC 등이 보도했다. 판워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며칠 간 날씨가 악화해 산불 진화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치로 주 정부는 대규모 피난 시나리오에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서부 지역에 수백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축구장 420만개 면적의 대지가 불타고 당국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트위터

현재 BC주에서는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297개의 산불이 나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달 초 100여 건 수준이던 산불이 약 2주 만에 3배 가까이 불어났다. BC주 산불 현황판에 따르면 지난 이틀 사이에만 9건의 산불이 추가로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주 소방 당국은 올여름에만 1145건의 산불이 발생해 3000㎢의 대지가 불탔다고 밝혔다. 축구장 420만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불길이 바람을 타고 민가로 확산하면서 주 전역에선 대피 명령이 40회나 발령됐고, 이로 인해 5700여명이 집을 떠나 피신했다고 CBC는 전했다.

주 소방 당국은 강한 바람과 고온 건조한 날씨로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캐나다 연방 정부는 이날 BC주에 병력 350여명을 파견해 소방 당국의 산불 진화 작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BC주를 휩쓰는 산불은 지난달 말 시작됐다. 캐나다 서부 지역이 연일 40도 이상의 고온을 기록하며 84년 만에 종전 캐나다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던 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달 초 BC주에서 발생한 100여 건의 산불 중 86건이 지난달 29~30일 이틀 사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캐나다 서부에서 여름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는 게 특이한 현상은 아니라면서도 예년보다 산불이 강력해진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 브라이언 와인스 캐나다 산불 연구 컨소시엄 상무이사는 “7월 말에서 8월초에 BC주에서 아주 덥고 건조한 날씨가 관측되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강력하고 때 이르게 찾아온 6월 폭염은 이 지역의 기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로리 대니얼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산림학과 교수는 캐나다 CTV에 ”기후변화로 고온 건조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산불 시즌이 더 빨리, 자주 돌아오고 산불도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