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단 선수촌 내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한글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연합뉴스

대한체육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청으로 도쿄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내 대한민국 선수단 거주층에 설치한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결국 철거하기로 했다.

체육회는 지난 14일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가 있는 층에 태극기와 함께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한글 현수막을 걸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아직도 제게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서 착안한 문구이다. 이에 온 국민의 응원을 등에 업고 결연한 각오로 도쿄올림픽에 임하겠다는 재치 있는 메시지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도쿄 스포츠 등 일본 언론은 이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문제 삼아 보도했다. 이후 일본의 극우 세력 또한 일본 제국주의 전범기의 상징인 욱일기를 흔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IOC 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7일 체육회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IOC 관계자가 전날 대한민국 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해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고, 서신으로도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여하는 장군을 연상할 수 있기에 IOC 헌장 50조 위반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고 한다.

IOC의 요청에 체육회는 즉시 해당 현수막 문구와 관련해 “코로나 시기 선수들 뒤에 국민들이 있다는 뜻을 담은 메시지로,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다”고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후,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대해서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후 IOC가 모든 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사용에도 올림픽 헌장 50조를 적용하기로 약속하자 체육회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내리기로 상호 합의했다.

이에 대해 체육회는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어떻나 불이익이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자 한다”고 전했다.

IOC 올림픽 헌장 50조는 경기장 등 어떤 장소에서건 올림픽 기간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