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토머스 & 맥 센터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필리핀 상원의원이자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가 챔피언 벨트를 어깨에 메고 미소 짓고 있다. 이날 파키아오는 바르가스에 판정승을 거두며 WBO 웰터급 타이틀을 되찾았다. /AFP연합뉴스

필리핀의 복싱 영웅이자 현직 상원의원인 매니 파키아오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향한 공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에 물러나는 현직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간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일 현지 매체인 필리핀 스타에 따르면 파키아오는 전날 온라인 미디어 브리핑에서 정부의 부패 정황이 담긴 증거를 갖고 있으며 자료를 조만간 상원 윤리위원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아오는 서류 무더기를 제시하며 “정부의 모든 부처가 부패했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보건부가 100억4000만 페소(약 2310억원) 상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재난 지원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자지갑 앱인 `스타 페이`를 통해 180만명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예산이 배정됐으나 정작 해당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은 50만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파키아오는 “스타페이 앱을 내려받지 않고는 어떤 금액도 받거나 찾을 수 없다”며 “이는 내가 발견한 것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추가 폭로 가능성도 내비쳤다.

파키아오는 오랫동안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자였으나 최근 들어 거리가 멀어졌다. 파키아오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 가깝게 지내는 대 대해 부정적 언급을 했으며 무차별적 살인으로 인권침해 비판을 받아온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도 “개인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적절한 방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차기 대통령감으로 파키아오를 치켜세우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태도도 바뀌었다. 두테르테는 “파키아오가 의사당에 앉아 있기를 기대한다. 어디 가지 말고 네가 얘기하던 부패 혐의를 조사해 찾아내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더러운 자식(shit)`이라고 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복싱 챔피언이 정치에서도 챔피언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깎아내렸다.

파키아오는 최근 “모든 정치인은 더 높은 자리를 꿈꾼다”며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했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다바오 시장 역시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