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반에 거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의 이슬람교 성원(모스크)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13일 페이스북에 평양에 있는 알 라흐만 모스크에서 각국의 무슬림 외교관들이 모여서 라마단(금식월)의 종료를 알리는 합동 예배와 모임을 갖는 사진을 올렸다. 세 장의 사진은 모스크 내부에서 신자들이 남성과 여성으로 서로 다른 위치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 모스크 앞뜰에서 다과를 즐기는 모습, 그리고 모스크 건물앞에서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다.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지난 13일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이 올린 라마단 종료 예배 모임 단체사진. 간판 위에 빛바랜 글씨로 '평양'의 영어 표기가 보인다.

건물에는 ‘라흐만 모스크, 평양, 1985년 설립’이라는 영문 설명이 붙은 빛바랜 간판이 보인다. 러시아대사관은 이 같은 사진을 올린 뒤 “오늘, 성스러운 라마단 단식월의 끝을 알리는 ‘이드 알 아드하’를 맞아 축하 예배가 알 라흐만 모스크에서 열렸다”고 적었다. 그러나 라마단의 끝을 알리는 축제는 ‘이드 알 피트르’이고, ‘이드 알 아드하’는 이와는 별도로 다른 시기에 열리는 희생제다. 게시자가 두 이슬람 축제를 혼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축하 예배와 다과회에는 평양에 주재하는 이슬람권 국가의 공관원과 무슬림 외교관들이 참석했다고 러시아대사관은 덧붙였다. 또 이 모스크에 대해서 “1989년 이란 대사관에 문을 열었으며, 개관식 때는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참석했다”고 설명을 곁들였다.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이 지난 13일 올린 라마단 종료 축하예배 모습. 외국인 무슬림들이 성별로 분리돼 앉아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같은 설명과 사진 장면을 종합하면 처음에 모스크가 세워진 것은 1985년이지만, 1989년 알리 하메네이 당시 대통령(현 최고 지도자)의 방북에 맞춰 공식 개관식을 연 것으로 추측된다. 또 모스크를 설립해 운영하는 이란 뿐 아니라 범 무슬림권 외교관들을 위한 예배당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한국 이슬람교가 자체적으로 파악해온 북한 이슬람교의 현황과 일치한다. 한국 이슬람교에 따르면 북한에 있는 유일한 이슬람 성원은 이란이 북한 정권의 승인을 받고 평양 외교단지 내에 건립한 시아파 모스크가 유일하다. 이란이 주도하고 있는 이슬람 시아파는 전체 무슬림중 15%가 소속돼있으며, 다수(85%)가 소속된 수니파와는 오랫동안 종파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평양의 시아파 모스크는 이와 무관하게 이슬람의 모든 종파가 모두 예배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러시아주재 북한 대사관이 13일 올린 사진. 평양의 모스크에서 각국 무슬림 외교관 등이 다과회를 열고 있다.

다만, 이 모스크를 일반 북한 주민들도 이용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의 이슬람교가 외국 주재원이 아닌 일반 주민들까지 포교가 됐는지 여부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다만, 자생적인 무슬림이 존재할 가능성은 희미하게나마 거론된다. 북한이 과거 리비아·시리아·이집트·쿠웨이트·수단 등 아랍국가에 유학생을 활발하게 파견했을 때 이들을 통해서 소개됐을 가능성은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독교·불교·천도교 등 주요 종교들이 2000년대 이후 종교인 상호방문과 협력 사업 등을 통해 북한 측과 간헐적으로 교류를 해왔지만, 이슬람교의 경우 그간 남북한간 교류가 이뤄진 사례는 전무하다.

이번 사진은 한편으로는 북한과 이란의 전통적 유대관계를 보여준다. 이란과 북한은 한국·이란 수교보다 11년 뒤인 1973년 국교를 수립했다. 이후 왕정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혁명 세력은 1980~88년 이라크와의 전쟁 당시 북한에서 26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도입한 것을 계기로 북한과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이후 양국간의 교류는 미미해졌지만, 이란은 북한에 대해서 이라크전 당시 지원에 대한 의리, 체제의 유사성, 반미노선 견지 등의 공통점 때문에 우호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