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가 우편투표를 더 엄격하게 하는 내용으로 우편투표법을 개정한 것을 두고 미국의 굵직한 기업들이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상·하원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우편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사진이 포함된 신분 증명 제출을 필수로 하고, 투표 신청 기한, 투표함 설치 장소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편투표를 더 빡빡하게 관리하겠다는 건데,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저소득층이나 유색 인종이 투표하는 걸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지아 주의회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주에서는 작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24년 만에 승리했고, 상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2석 모두를 가져갔다. 여기엔 우편투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조지아주 개정안에 대해 미 전역에서 크고 작은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민주당도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과거 인종차별 정책에 비유하며 “헌법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눈에 띄는 건 기업들의 대응이다. 특히 조지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은 법안 통과 직후 법안에 대한 규탄 성명을 재빨리 발표했다. 애틀랜타를 기반으로 한 코카콜라의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잘못된 법안이며 시정돼야 한다”고 했고,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CEO는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라고 했다.

코카콜라, 델타항공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UPS, 홈디포, JP모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도 즉각 반대 성명을 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페이스북, 시티그룹 등에서도 흑인 임원 등이 중심이 돼 법안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안 반대 입장을 낸 기업이 72개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 기업들이 법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이유에 대해 “불매운동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법안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 때까지 해당 회사의 제품을 보이콧하겠다거나,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대기업을 겨냥해 네거티브 캠페인을 시작한 시민 단체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성명을 낸 기업 중 다수가 소비재나 서비스와 관련된 기업인 이유다.

조지아주에서 지난달 한국계 4명을 포함해 8명이 사망한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것도 기업들이 공화당과 선긋기에 나선 이유라고 CNBC는 분석했다. 인종차별 문제가 민감하게 다뤄지는 시점에 소수 인종의 권리를 제한하는 소지가 있는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는 취지다. WP는 “해당 기업들의 입장 발표는 도덕적인 책임감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 그것이 기업 입장에서 최선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했다.